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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Nov 01. 2020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입니까?

인생 책의 기준에 대하여

'인생'이란 수식어

100번 이상 본 영화가 있다. 시간 여행을 다룬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다. 100번을 듣고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런던이 배경이기도 하고, 배경음악도 하나같이 좋다. 무엇보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따뜻한 감동과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가져다준다.


좋아하는 것, 유쾌한 것, 따뜻한 또는 눈물짓게 하는 감동과 같은 요소들이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어바웃 타임>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서 나만의 '인생 책의 기준'이 생겼다. 그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

영화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인 팀의 삶을 다루고 있다. 팀은 소심하고 많이 찌질한 캐릭터다. 여자들과 테니스 경기에서도 형편없이 지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해서 바로 거절당한다. 시간여행이라는 찬스를 써서 나름 실패의 요인을 분석한 후 다시 고백하지만 또 거절당한다.


이런 팀에게는 은퇴한 교수인 자상한 아버지가 있다. 팀에게 가문의 비밀(시간여행)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신기한 것은 가문의 남자들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옷장과 같은 어두운 장소에 들어가서 그 순간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 본 시간여행 방법 중에 가장 쉽다. 처음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팀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What have you done with it?"(아빠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디에 썼어요?)
그러자 아빠는 담당하게 이야기한다.
“For me, it’s books, books, books. I read everything a man could wish to. Twice.  Dickens three times."(나는 책을 읽었지.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모두 읽었다. 두 번씩. 디킨스는 세 번씩 말이야.)


팀의 아버지에게는 디킨스의 책이 인생 책인 것이다. 모든 책을 두 번씩 읽었는데, 그중에서 디킨스의 책은 세 번씩이나 읽었다니. 이 영화를 보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샀다. 아직 한 장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잘 보관 중이다.


인생 책의 첫 번째 기준 : 적어도 세 번을 읽은 책

그렇다. 인생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은 '적어도 세 번은 볼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세 번 이상 읽었던 책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홍정욱의 <7막 7장>은 20대 초반에 한 번 그리고 후반에 다시 한번 읽었다. 2번 읽으면서 내 인생의 큰 변화를 꿈꾸었다. '내 인생의 7막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다. 생각난 김에 이제 30대 후반에 다시 한번 읽어 볼까 고민 중이다.


자유 하면 생각나는 것은 손미나 작가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이다. 스페인 여행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 읽었고, 7년 후에 거짓말처럼 스페인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다시 읽었다. 2026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성이 될 때 다시 한번 읽을 계획이니 이 책도 후보에 오른다.


이미 세 번을 읽은 책은 현재까지 딱 세 권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그리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이다. 그리고 앞으로 세 번을 읽어보고 싶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영미 작가님의 <마녀체력>이다.


각각의 책이 가지는 추억이 있다. 인생 책은 결국 독자 자신의 추억과 책의 내용이 연결되는 순간일 것이다.

<연금술사>는 내가 두 번째 꿈을 잃고 방황할 때 새로운 용기를 준 책이고, 작년에 원서로 읽으면서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험과 시련(?) 그리고 그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책이다.


<어린 왕자> 왜 어른이 되어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책에서 그려지는 여러 행성들에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순수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너무나도 유명한 '길들여진다는 것'은 어른이 돼서 읽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노인과 바다>는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나이가 든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해주는 책이다. 글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때 더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루키처럼 꾸준한 루틴을 가지고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이며, <마녀체력>은 이런 책을 쓰고 싶은 나의 새로운 꿈이다.


이 중에서 딱 한 권의 인생 책을 고를 수 있을까? 인생 책이라는 것도 삶의 경험, 읽어야 하는 그 순간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읽을 책은 많고, 살아갈 날들이 많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인생 책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인생 책의 두 번째 기준 :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읽고 싶은 책

다시 <어바웃 타임>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팀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는 장면이다. 물론 시간여행자에게는 언제든 과거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현재가 변한다. 심지어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가 다른 아이로 변하기도 한다. 결국 팀은 시간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역시나 팀의 아버지는 마지막 그 순간에도 책이 가득한 자신의 서재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디킨스의 책이었을까?)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 않는 사람처럼 아주 평온하고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아들에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어떠한 책을 읽고 있을까? 노인과 바다일까?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oryed but not defeated."(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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