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114.
겨울 풍경(風磬)
바람이 풍경 속에 가득 차서 흔들리면
귀 끝을 아리는 소리는 세차게 살갗을 에이고
풍파의 짙은 그림자는 서늘한 진동이 되어
귀와 눈으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것들이 전하는 두려움에
잠시 어깨를 떨어도
바람의 시간과 눈의 무게로 오는
겨울 풍경은 소복하고 푸근함에서
단단한 울림으로 마음에 가득 들어찬다.
바람과 눈 사이로 겨울이 내리고
겨울 풍경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어깨 위로 무거운 눈이 내려앉아도
초롱초롱한 가슴을 크게 벌리고
산들거리는 듯한 더센 바람에
겨울 풍경이 되어
바람이 곁에 온 것을
숙명처럼 반기며 살아가게 된다.
“겨울이 오면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잔잔하던 풍경소리는 차갑고 세찬 바람에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지만 풍경은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자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소품 하나조차도 자기를 잘 지키며 매달려 있는데... 나는 어디쯤에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건지… 길 위에 서서 바람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