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킴의 마음은 뒤집힌
신발 속에서 이미 식어 있었다.
누군가 불러도
메아리는 혀를 잃고 바닥에 엎드렸다.
구둣가게가 문을 닫던 날,
가죽들은 서로의 꿈을 씹고 있었다.
냄새는 벽에 스며들어
희망을 무혈로 박제했다.
못 박히지 못한 미래들이
선반 아래에서 낮게 울었다.
열 번의 해고.
그 숫자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김도식의 어깨 위에 차례로 올라탔다.
죽음은 매번 조금씩 달랐고
그는 그 모두를 입에 물고 걸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서 삶이 부서졌다.
성남 중앙시장 골목은
반죽을 말아 올리는 중이었다.
꽈배기는 손보다 먼저 늙었고
기름은 미련을 반쯤 잠재웠다.
“하나만 잡숴봐.”
그 말은 농담인 줄 알았지만
웃음은 진심의 모양으로
면상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에 하나의 꽈배기.
그 무게로는
삶을 눌러 붙들 수 없었다.
삶은 자꾸
손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
필라델피아의 바람은
형제애의 이름을 말려
종잇장처럼 갈라놓았다.
밤마다 김도식은 대걸레를 들고
중학교 복도를 문질렀다.
"이제는 너에게 나에 대해 말해줄게."
바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침묵을 더 반짝이게 닦았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이름 하나가 스스로 빛나기를 꿈꿨다.
Donald Kim 도널드 킴.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부를
꿈꾸었다고 자신을 번역했다.
발음하기 쉬운 피부로,
읽히기 좋은 철자로.
그러나 세계는
사전 없이 그를 넘겼다.
사람들은 다시 그를
김도식이라 불렀다.
이름은 껍질처럼 벗겨졌고
존재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발음되지 않는 자존심,
잿더미처럼 쌓인 자음과 모음.
그는 재 속에서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단어 하나를 찾았다.
죽음은
더 이상 오역되지 않는 번역으로
김도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심은
누군가의 손에 떠밀린 것도,
스스로의 의지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닦은 바닥 위로
눈송이 하나가
자기 자리를 찾듯
조용히 내려앉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