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 시정지시서가 공장에 붙던 날

2023년 6월 28일 – 기쁨과 씁쓸함이 동시에 있었던 그날

by 기록하는노동자

※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일기입니다.


2023년 6월 28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시정지시서가 각 공장 게시판에 게시되었습니다.
5월 15일부터 진행된 수시감독 결과, 연차수당과 연장·야간근로수당 미지급 등 다수의 위법 사항이 확인되었고, 회사는 시정지시를 받았습니다.
이 글은 그 시정지시서가 붙던 날, 위원장이 느낀 기쁨과 씁쓸함,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이 결과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며 써내려간 회고의 기록입니다.


시정지시서가 게재되다

오늘, 각 공장 게시판에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의 근로감독 시정지시서가 게시되었다.

지난 5월 15일부터 실시된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 여러 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었고, 그에 대한 시정지시였다.


시정 내용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주요한 시정지시는 다음과 같았다:

재직 근로자 425명(연도별 중복 포함)에 대한 2020~2022년도 연차미사용수당 약 2억 7천만 원 미지급

재직 근로자 112명에게 당직근무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미반영, 1억 3천만 원 이상 미지급

서면합의 없이 부여된 보상휴가에 대해, 6명에 대한 수당 약 67만 원 지급 명령

퇴직근로자 56명에 대한 연차수당 3천 7백만 원, 퇴직자 3명의 연장·야간수당 약 134만 원 과소 지급 정산 명령

96명의 근로자 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 발생에 따른 시정 요구

이 모든 내용은 명백히 법적 근거를 갖춘 조치였고,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된 시정지시서가 눈앞에 붙었다.


법과 대화 중, 회사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사실 이 문제들은 노동조합과의 대화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사안이었다.
우리는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고, 과거는 묻지 않겠다며 미래를 위한 기준 마련만이라도 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당시 회사는 "법과 원칙대로 운영 중이며 위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우리는 근로감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영진 일부가 조합을 향해 '배은망덕하다', '괘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런 말이 오갔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측의 태도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우리는 단지 기본을 요구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법에 따라 일한 만큼의 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 근로감독 결과는 그것이 전혀 과한 요구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감독은 정기감독도, 특별근로감독도 아니었다.
노동조합이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면, 이 수많은 위법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묻혔을 것이다.


기쁨과 씁쓸함, 두 감정이 교차한 날

이번 결과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와 효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점은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로 인해 회사와의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법이 회사의 잘못을 지적한 날,
노동조합은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경계의 시선을 받았다.


노동조합의 기본 임무는, 감시와 견제다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노동조합은 최소한 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회사의 권력을 견제하고, 현장을 감시하는 것, 그것이 노동조합의 기본 역할이다.

하지만, 그 기본을 한다는 이유로 더 큰 미움을 받는 현실은 서글프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간다는 것은 지금 노동조합이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기록자 주
노동위원회도, 법원도, 근로감독관도 대부분 옳은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말하지 않는 다수의 침묵이 아니라, 기록하고 싸우는 소수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이 글은 그 소수의 기록 중 하나다.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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