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33일째 침묵…노사공동 안전·위기극복 TF가 필요한 이유
노조록을 시작하며
노조록은 현장을 넘어 기록하는 글입니다.
주간일지가 한 주의 일기를 전한다면, 노조록은 사건과 쟁점을 차분히 정리하고 의미를 되짚습니다.
우리가 겪은 교섭, 법정, 현장의 순간들이 그냥 흘러가지 않도록, 사회와 다음 세대가 참고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노사갈등을 드러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진짜 상생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8월 25일, 33일째 답 없는 회사
노조가 설립된 지 3년, 우리는 올해도 똑같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7월 23일, 우리는 조합원 총투표(참여율 77.03%, 찬성률 95.91%)를 거쳐 공식 공문을 보냈다.
요구사항은 세 가지.
① 노사공동 안전·위기극복 TF 즉시 구성
② 본사–현장 인력 불균형 해소
③ 회사의 공식 답변
조합원 총투표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우리 요구가 위원장이나 집행부의 생각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 전체의 뜻임을 회사에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그래서 이번 요구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아니라 “현장의 요구”다.
그런데 8월 25일, 공문을 보낸 지 33일째가 되도록 회사는 아무 말이 없다.
이건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다.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그 자체다.
오히려 현장을 멸시하는 것에 가깝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노동조합 간부와 회사 경영진이 공식 간담회를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 결과를 보여준다. 대화의 자리조차 만들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안전·인력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고는 현실이 되었다
그 사이 다른 회사 현장에서는 사고가 터졌다.
8월 21일 전남 순천 레미콘 공장에서 근로자와 관리자를 포함한 3명이 질식사했다.
우리가 공문에서 경고한 “2인 1조 미준수, 문서로만 존재하는 안전관리, 인력 불균형”이 모두 현실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회사의 PR vs 현장의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같은 날 ‘폭염 예방 안전점검’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냉조끼 지급, 휴식시간 보장, 현장 점검.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어떤 공장은 공정팀 인력이 고작 2명뿐이다.
3명이 있는 공장도 한 명이 연차만 써도 결국 둘이서 하루를 버텨야 한다.
영업팀과 품질관리팀은 또 어떤가?
출근 전부터 퇴근 후까지 고객 전화를 받고, 점심시간에도 계속 응대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현장에서는 땡볕 아래 현장관리를 해야 한다.
공장의 관리팀은 대부분 1명이나 2명뿐이다.
이들은 새벽부터 새벽까지 원자재 입고부터 공장 운영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
말 그대로 공장이 돌아가는 한순간도 손을 뗄 수 없는 환경이다.
이게 현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얼음조끼를 지급해도 설비 작업, 현장관리, 품질시험 시 착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지급한다는 얼음조끼조차 지급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모든 부서에 휴식시간을 보장한다는 말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나마 본사 인력만 점심휴게시간 1시간 30분을 그럭저럭 지킨다.
나는 과거 회사 홍보팀에서 근무했다. 그때 만들었던 시스템의 결과물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내 소식지를 제작하며 항상 취재거리를 확보해 놓고 부정적 기사가 검색 상단에 뜨면 보도자료를 흘려 기사를 밀어내는 식이었다.
이게 회사 홍보팀이 주로 하는 리스크 관리다.
겉으로는 안전점검을 홍보하지만, 정작 현장의 안전 문제에는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TF 구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안전은 보여주기용 점검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요구한다.
노사공동 안전·위기극복 TF를 지금 구성하라.
사고는 언제나 신호를 보낸다.
이번 8월 25일 발송한 공문과 문제 제기 역시 예비징후 중 하나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한 대립이 아니다. 실질적 상생이다.
노사 합의 이전에, 노사가 진정성 있게 만나야 한다.
그 자리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안전과 인력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회사가 끝내 침묵했다.
우리는 특별근로감독 청원, 언론 공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릴 것이다.
대화의 준비가 되지 않은 회사에 노동조합이 제안할 수 있는 상생의 방식은 이것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행동을 두고 “노조가 회사를 망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생을 원하는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이것이야말로 회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회사가 진정성 있는 대화 자리를 만들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노조록은 상생을 위한 기록이며, 모든 연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
이 글은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발자국이며, 함께 걸어줄 모든 손길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