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개선의 필요조건
이번 글에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어려운 이유와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필자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또한 리더의 입장에서 서술하였으므로 PO를 포함한 매니저급 분들에게 유용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시스템에 대한 개선은 '개발'과 '운영'으로 나뉜다.
아파튼 건축에 비유하자면 개발은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고 운영은 건설된 아파트를 잘 유지보수하는 일이다. 운영 모드에 들어오는 순간 입주민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추가되므로 시스템 구축 단계보다 완성 이후 프로세스 개선이 몇 배는 더 어렵게 된다.
개선이 어려운 사유를 조금 더 자세히 서술하자면 아래와 같다.
개선이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은 개선이 '덜' 되었을 뿐이다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난관에 부딪혀 일부만 개선이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개선은 풀기 어려운 이슈만이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이외의 사유로는
이슈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거나
ROI, 즉 들어가는 노력 대비 결과물이 보잘것없다거나
정치적인 이유(부서 간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 추진 주무부서의 파워가 약한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뻐꾸기 우는 사연이 어마 무시하게 많을 것이며 그 때문에 핑계 댈 수 있는 가짓수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포기하지는 말자. 특히나 본인이 리더급 위치에 있다면 말이다.
프로세스 개선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른다.
회사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몇 가지 조언들을 생각해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히스토리를 찾아본다.
여러 사람들을 수소문하다 보면 분명 해당 아이템에 관련된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제 어떤 개선 시도를 했었는지, 어떤 이슈때문에 중단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최대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개선안이 구체화될 것이다. 또는 전혀 새로운 개선안이 될 수도 있다.
3. 최대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린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본인이 하는 일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정보 공유가 활발한 회사가 아니라면 더욱 본인이 스스로를 세일즈 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알려야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조심할 점은 그 시점이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이후여야 한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일인데도 본인을 파는 일은 본인 무덤을 파는 일과 같다.
4. 도와줄 사람들을 찾는다.
소속된 임직원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직무는 세분화되어있고 관련부서는 많을 것이다. 그래서 협조를 구할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MSA 등 프로그램 영향도를 최소화하는 등의 아키텍처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레거시 기업이라면 시스템은 대부분 Monolithic 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조직은 목적 조직이 아닌 기능 조직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하나를 바꾸더라도 유관부서의 협조는 무조건 필요하다.
5. 문서화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글쓰기 능력은 필수적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대면으로' 만나서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개선안에 대해 핵심만 간단하게 작성하는 연습을 해보자.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되려면 본인 스스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은 갖춰야 한다. 문서 내용을 스토리 화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생각보다 스토리의 힘은 강력하다.
6.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라.
어떻게 보면 위 1~5번 역량의 베이스가 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천 마리의 소를 모는 카우보이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키맨(Key-man)과의 네트워킹을 계속해서 다져놓다 보면, 어렵고 거대한 문제를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세 명의 카우보이가 천 마리의 소를 모든 일이 가능할까?
쉬운 문제다. 카우보이는 천 마리의 소를 몰지 않는다. 10마리의 소만 몬다. 그러면 그 10마리가 나머지 50마리에게 영향을 주고 그 50 마리의 소가 나머지에게 영향을 준다. 널리 퍼져 세상을 바꾼 운동이나 제품 서비스 같은 것들도 하나같이 이런 방식을 따랐다. 먼저 10명의 사람을 찾아라. 당신 작품에 충분히 마음을 기울이고 여정에 함께할 사람을 말이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올 것이다. - [더 프랙티스, 세스 고딘]
본인과 여정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당신이 힘들고 좌절할 때 용기를 주고,
당신이 작성한 업무 개선안에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으며,
당신이 낸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신념과 끈기를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
프로세스 개선은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어려운 일이다. 중간에 시련과 실패도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옳다는 확신이 있다면, 주변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믿고 강력하게 추진해보자.
"Sometimes life is going to hit you in the head with a brick. Don't lose faith."
(때때로 인생은 당신에게 큰 시련을 줄 것이다. 스스로의 믿음을 잃지 마라. - 스티브 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