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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회승 Sep 05. 2023

13화. 나의 공부방은 현재진행형, 나는 워킹맘이다.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회사는 내 공부방 건너편 바로 옆에 나와 같은 브랜드의 공부방 인가를 내주었다. 나의 허락이나 양해 물음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화가 났었다. 하지만 어차피 회사는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 아닌가. 상도가 아니지 않느냐 얘기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사회는 늘 한 개인보다 대기업이 우위에 있다. 개인의 물음이나 의견 따위는 어쩜 공허한 메아리이며,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는 어쩜 귀찮은, 걸리적거리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6년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회사 전단지 돌리려 아침 일찍 일어나 딸아이 잠든 틈을 이용해, 찬 아침 공기를 가르며 나가기도 수없이 해봤고, 공부방 근처 아파트는 하도 전단지 돌리려 자주 나가다 보니, 아파트 문 앞에 있는 아이 자전거와 인라인, 유모차가 놓여있는 것을 보고, 어느 라인 몇 층에 아이들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지 웬만큼 파악이 될 정도이기도 하다. 아파트 1층부터 20층까지 그동안 두 다리만을 믿고 땀내 나는 홍보를 해왔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뛰어야 했고, 그것이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아니 회사 방침에 따라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경쟁하지 않기로 했다. 경쟁이란 것이 무의미해졌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발전을 주지만, 이겨야 하는 경쟁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로 남는 법이니 말이다.     




유명브랜드의 이름이 홍보하기에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었으나, 돌이켜보면 그 유명브랜드의 이름에 묻혀 외려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었다. 7년 동안 독박육아만을 하며 지내다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정말 막막했다. 더군다나 낯선 곳에서 이제 시작이라는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어쩜 처음 시작하는 내 공부방 건너편 그 선생님도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파이팅 하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정말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 그냥 지나치는 작은 위로의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것이 다시 용기 내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게도 그런 위로의 말 한마디가 늘 절실했었다. 그냥 해야 했고, 버텨야 했다. 누군가 그런 작은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었더라면, 그저 버텨야만 했던 그 고된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공부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현재 6년 차 공부방 선생님이다. 코로나 3년을 버텼고, 회사의 부당함에도 끝끝내 버텨왔다. 돌이켜보니,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란 말이 어쩜 이리도 깊이 와닿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 시간과 세월이 어느 책 한 권보다 소중한 인생 책이 되기도 하다. 나에게 6년이란 시간은, 7년간 오롯이 육아만 하며 지내온 시간을 다시 당당히 사회로 돌아오게 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것이 때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들로 인해 나를 곤란하게도 했고, 당황하게도 했으며, 힘들게도 했지만, 그 모든 경험은 나의 값진 인생 책이었다. 나는 그 경험들을 발판으로 다시 제 도약해 나아가고 있다. 나만의 공부방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게 어쩌면 지금이 글을 쓸 때라는, 글감을 던져주고 있다고, 자주 글을 쓰라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묵혀두고 있었던 실타래들이 하나둘씩 풀리고 있는 것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친구도 생겼다. 힘들어도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글로 인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아 숨을 쉬게 되었고,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워킹맘이다. 꿈을 찾아가는 워킹맘이다. 앞으로 새롭게 써 내려갈 나의 인생책의 첫 페이지가 어쩜 더 힘들고, 고되고, 때로는 다시 주저 않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고됨을 안고 사는 것 같았던 어제도,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딸아이가 있어, 나를 믿고 따라주는 학생들과 어머님들이 있어,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어 나의 오늘은 더 이상 힘들고 외롭지만은 않다. 오늘도 나는 엄마로 아내로 공부방 선생님으로 하루 세 번 출근한다.     


나의 공부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나는 엄마이자, 당당한 워킹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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