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회승 Jun 12. 2023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딸아이 어렸을 때 구피 두 마리를 키웠었다.

두 마리가 네 마리 여덟 마리가 되고, 새끼들을 낳고 낳아 늘어나더니 개체수까지 늘어나 수생식물까지 키웠고, 어항의 크기도 자연스레 커졌다.     


파주로 이사 오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다 보니 일하면서 물고기들을 키우는 게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쉽지만 잘 키울 분을 물색해 그간 애지중지 키워온 물고기를 넘겼었다. 어쩔 수 없이 넘겼지만 넘기면서도 아쉬움에 잘 키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런데 지난주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해맑은 표정의 딸아이는 약간 들뜬목소리로 부피가 제법 커 보이는 검은 비닐 두 개를 나에게 선뜻 건넸다.

“엄마, 학원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물고기를 받았어.”     

건네받아 열어본 비닐 안에는 자그마한 어항과 작디작은 새끼 물고기 네 마리가 들어있었다.

‘도대체 왜 어린이날 선물로 물고기를!!...’     


너무 새끼들이라 물고기의 종류를 분간하기는 어려웠지만 붕어종류인 듯했다.

이제 딸이이도 어느 정도 크긴 컸지만 아직 초등학생, 이 물고기들 뒤치다꺼리를 내가 다해야 하는 건 불보 듯 뻔하다.     


게다가 물고기 먹이와 물갈이용도 예전에 물고기 넘길 때 모두 드려 결국 다 새로 구매를 해야 했다. 뭐든 성급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동심을 깨트릴 수는 없는 노릇, 시간 내어 터들터들 걸어 근처 다이소 가서 물고기밥과 물갈이용 등 필요한 것들을 사 왔다. 결국 지난주 아이가 밥을 너무 잔뜩 줘서 물고기 물을 갈아야 했다. 역시 물고기 물갈이는 나의 몫이었다.      


저녁에 물고기 물을 갈아주기 위해 아침에 미리 물을 받아두었다. 수업이 끝난 후라 피곤함에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왔지만, 정성껏 갈아주었다. 새로 받아놓은 물에 미생물의 활성화를 위한 박테리아 활성제도 넣고 어항에 있던 물과 반씩 먼저 물고기들을 옮겼다. 그 사이 어항에 있던 자갈을 깨끗이 씻어 주고, 어항과 조화도 닦아주었다.  산소발생기를 다시 어항에 설치하고, 반씩 섞었던 깨끗한 물을 어항에 넣었다. 물고기들도 다시 옮겨 주었다. 다시 깨끗해진 물에서 물고기들이 노는 걸 보니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평온함과 뿌듯함이 구피 키우던 때가 떠올랐다.     

 

어느새 피곤함은 사라지고 어항 앞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구피 키우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딸아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물고기들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게다가 수업 준비하다 잠시 물멍 하기 딱 좋다.


딸아이 덕분에 일은 배로 늘었지만 새 식구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작가의 이전글 teach의 반의어는 learn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