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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회승 Jun 05. 2023

3화. 딸아이가 아프다.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서 않아서 일이다. 수업이 끝나려면 아직 한 타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애간장이 타다 못해 내 머릿속은 이미 딸아이를 등에 업고 저 대문을 뛰어나가고 있었다. 학생이 들어오는 문을 노심초사를 하며 보다가도, 일어나 안절부절못하며 딸아이가 있는 안방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잠시 안방 문을 열고, 혹여 그새 공부방 학생이 들어올까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한 타임만 하면 돼. 금방 끝나니깐 조그만 기다려!”  

딸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끝난다고 안심하도록 얘기했지만, 일곱 살짜리의 어린 딸아이는 아픈 배를 자신의 손으로 꼭 움켜잡고는 혹여 엄마 수업에 방해될까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침대에 애처롭게 누워있었다. 그리고, 엄마를 보자 눈에 그렁그렁했던 눈물은 어느새 하염없이 흘러 조그마한 얼굴을 온통 적시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만하자! 내가 무슨 때 돈을 번다고 어린 딸아이가 아픈데도 당장 병원에도 데리고 가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어야 하나!’    

 

그사이 수업을 받는 학생이 도착했고, 드디어 남은 마지막 수업을 했다. 열심히 뛰어온 학생을 반갑게 맞이한 후, 남은 수업을 무사히 했지만, 수업 내내 머릿속은 온통 안방에 누워있는 딸아이 걱정에 상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배우려고 열심히 뛰어온 이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이 아닌가, 책임감에 마음을 다잡으며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책임감도 수업도 모두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니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수업한 책상 정리도 그대로 버려두고, 부랴부랴 누워있는 딸아이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마지막 학생을 기다리며 머릿속에서 수없이 그리고 지웠던 그 그림 딸아이를 등에 없고 대문을 뛰쳐나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딸아이 단골 소아과병원을 찾았다. 병원이 간신히 끝나기 전에 도착해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딸아이는 2시간 가까이 되는 고통을 홀로 참고 견디다 그때에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죄책감, 미안함, 자책감, 걱정 그리고 화도 났다.      




“선생님 저의 딸아이는 괜찮나요?”

나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청진기로 딸아이를 진찰하고 배를 이리저리 만져보고는 금세 청진기를 내려놓고, 컴퓨터로 처방을 내리며 가볍게 말했다.

“배에 변이 가득하네요!”

“네! 변이요! 혹시 똥 말씀이세요!”

“네, 변을 제대로 못 본 거 같아요. 엉덩이 넣는 좌약 하나 처방해 드리고 같이 먹는 약도 처방해 드릴 테니 옆에 주사실에서 좌약 넣고, 잠시 기다리시다가 화장실에 가서 변 보고 가세요.”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좌약 처방에 딸아이는 당황해하고 좀 힘들어는 했지만, 덕분에 화장실에 가서 금세 시원하게 변을 볼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변을 본 딸아이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엄마! 이제 배 안 아파.”

나는 이제 배 안 아프다는 딸아이의 말에 그제야 안도감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딸내미 그러게 엄마가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어야 된다고 했지. 고기만 먹으니깐 똥이 안 나와 배가 아프잖아. 이제 야채도 많이 먹을 거지.”

딸아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엄마, 근데... 똥을 누니 배고프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딸아이와 병원을 올 때와는 다른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도 닥쳐올 수많은 일들이 어쩜 내게는 도전이고 모험일 수도 있다. 그 수많은 일이 나를 갈등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아이와 항상 함께할 수 있기에 그 어떤 일들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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