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학습지 회사 입사를 위해 서울본부로 가서 면접에 시험까지 보았다. 입사 합격 통보를 받은 후에는 2주간의 교육도 받았다. 공부방에 필요한 물품과 인테리어를 준비했고, 교습소인가를 위한 서류절차로 개인과외 교습자신고서, 주민등록등본, 최종학력증명서 또는 졸업증명서, 증명사진, 경찰서에 어린이 관련 전과기록이 없다는 증명서류 등을 준비해 교육청에 신고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드디어 한 달여 만에 공부방을 열었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보람과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없이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 엄마 외에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상실감이 컸었다.
그토록 수많은 고민이 쌓여가던 그 시간이 이제 당당한 한 여성으로 출발점에 서 있어 뿌듯하지만, 동시에 7년간의 경력단절이 있었기에 걱정과 설렘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공부방을 연 후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오전에 센터에 가서 쿡이라는 출근체크도 해야 하며, 교육과 각 지역에 공부방 선생님들끼리 모여 정보도 주고받으며 회의도 한다.
센터에 첫 교육이 있기 전, 입사 인사를 하러 단상에 섰다. 두근두근 긴장되는 마음을 부여잡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앉아있는 여러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새로 입사한 공부방교사입니다. 7년여 동안 아이만 돌보다 다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선배 선생님들께서 많이 가르쳐주시고 알려주시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 선생님이 인사를 했음에도 반긴다기보다는 좀 냉랭한 분위기에 당황해하자 옆에 서 계시던 센터 국장님이 저를 도와주신다고 친절히 부연설명을 해주셨다.
“여기 근처 아파트 공부방 선생님으로 오셨어요. 많이 알려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국장님이 한마디 거들자, 일제히 박수를 쳐주었다. 교육이 끝난 후 회의도 했다. 회의를 하는 도중에도 낯선 분위기와 낯선 공기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싸한 분위기는 뭘까? 텃새라는 건가? 뭐지?
내 주변 지역 공부방선생님들은 나까지 5명이었다. 키가 크고 한 덩치 하시는 영문과 출신의 심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처럼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회의 중, 팀장님이 심선생님께 학생들에게 줄 선물박스를 열 개를 건네주었다. 이번애 심선생님 공부방으로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와 신입학생 선물로 받게 된 것이다. 팀장님이 심선생님께 탑처럼 높게 쌓은 선물박스를 건네주자마자, 심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뭐야, 나 혼자 먹고 떨어지라는 거야.!”
나는 느닷없이 이게 뭔 소리지, 당장 덤빌 듯이 거칠게 내뱉은 그녀의 말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말을 어떻게 저렇게 흉악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함께 팀 회의를 하고 있던 마치 명랑 소녀같이 늘 밝은 정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배배 꼬였어!”
심선생님의 말에 싸해진 분위기가 정선생님의 말로 한층 더 어색한 분위기로 더해져 버렸다. 내가 과연 여기 이 어색하고 싸한 공기가 도는 이곳에서 잘 버티고, 잘해나갈 수 있을까. 7년여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앞으로의 나의 행보가 도전과 때론 모험이 되지 않을까. 뿌듯하고 설레었던 마음은 뒤로하고 걱정과 고민부터 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