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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버이, 나도 어버이

2025년 어버이날의 기록

by 온작가


요즘 눈만 뜨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꾸 강력하게 퇴원을 요구하는 아빠 때문이다. 아빠는 병원생활에 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한 번씩 우리를 호출해 '무조건 이번 주 내로 퇴원시켜라'라고 하신다. 그럴 수 있는 상황, 건강 상태도 아닌데 역시 우리 아빠답게 막무가내다.


그래서 엄마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평생을 그 강압적인 분위기와 고성, 폭언들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가 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온 엄마가 '이제는 더 못 하겠다' 한다. 입원 직전 너무나도 난폭해졌던 아빠가 계속 생각나, 솔직히 아빠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집에 오면 또 어떤 난동을 부릴지도 모를 일이고 그러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힘들어진 사람을 24시간 케어할 자신이 정말이지 없단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이해가 가는 말이다.


그런데 더 미치겠는 건 퇴원을 원하는 아빠의 간절함도 너무 잘 알겠다는 거다. 입원 당시처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도 아니고, 몸은 매우 쇠약해졌을지언정 정신은 예전과 같이 또렷한데 이 찬란한 봄날 병원에 갇혀있자면 딱 창살 없는 감옥 같지 않겠는가.


그런 와중에 어버이날이 됐다. 아빠 병원 사회복지사님은 어버이날 행사를 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고 조그마한 카네이션이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내 팔뚝만큼 가늘어진 아빠 다리도 날카로운 송곳이 돼 가슴을 푹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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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런 와중에 나도 어버이였다. 아이는 어린이집부터 세 군데의 학원까지, 선생님들이 열심히 기획하신 여러 가지 것들로 감동을 주었다.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감탄하시는 모범생답게,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엄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또박또박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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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심란하지만 가슴에 숱하게 남은 한숨들이 아이로 인해 오색 풍선으로 바뀐다. 내가 지금 이렇게 감동해도 되나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은 어버이날이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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