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울하기엔 세상은 넓다 (1)
<세네갈 마지막 날 일기의 일부>
'세네갈의 의미'
나는 그래도 세네갈이 좋았어
처음 자취하는것도 재밌었고
주말에 요리해먹는것도 즐겁고 뿌듯했고
모기장 안에서 모기 잡는 일도 재밌었고
인생 처음으로 집 전기도 나가고 바퀴벌레도 만나보고
바다 근처에서 살아보는게 꿈이었었는데 이렇게 이뤄도 봤어
특히 '세네갈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구나' 하면서 현지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하나씩 알아가는것도 재밌었어
생각해보니까 개도국을 인생 거의 처음 와본거더라고. 여행으로도 개도국은 한번도 안가봤어 그나마 몽골..? 맞아 근데 몽골도 화장실이 없고 야외에서 해결해야하고 난방도 없어서 장작 피우는것도 난 재밌었어 ㅋㅋㅋㅋ
남들이 생각도 못할 아프리카를 와보고 여기서 일도해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기업 소속으로 들어가서 이 회사는 무슨 시스템을 쓰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조직문화인지 알게된것도 좋았어. 그래서 여기는 진짜 나랑 안맞는 곳이구나 제대로 느끼기도 했어 ㅋㅋㅋㅋ
그래도 다카르에서 한식당이 3개나 있어서 점심마다 한식 먹을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어
또 오랜만에 불어를 일상에서도, 업무하면서도 쓰는 것도 너무 좋았어
너무 다 좋았던 것 투성이인데,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럽 미국 아시아가 아니라 그냥 내가 아프리카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했어
그리고 이 나라가 불편한건 좀 있어도 (전기가 나간다거나 공기가 안좋다거나 길거리에서 걸어다니기 힘들고 교통이 불편한거 사람들이 자꾸 말거는거 식당에 파리들이랑 벌레들이 엄청 꼬이는거 등등) 난 매력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나라의 단점까지도 수용하고 적응해내는 나의 모습을 보고 어찌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사람들은 세네갈 사는거 다 힘들거라고 직원들도 엄청 걱정했었는데 그걸 이겨내고 이 나라를 좋아하게 된 나 자신이 기특했어
적어보니까 생각보다 이 나라에 내가 많이 빠져들었던 것 같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좋아서 이렇게 떠나게 된게 많이 아쉬운것 같아
세네갈에서 가족들을 떠나보냈을 때 슬펐듯이 지금 내가 세네갈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감정이 들어서 심란한 것 같기도 해
한국 직원들은 심지어 주재하고있어도 내가 굳이 이 나라를 좋아해야할 필요는 없잖아하면서 현지인들 멍청하고 사기친다고 욕하는데 그럼에도 난 현지인들의 선한 마음이 있다고 믿었어
그래서 공항 픽업해주겠다고 거짓말 친 마마두가 뒤늦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나한테 고맙다고 감동한 걸 보면서 세상이 각박해서 사람들이 이런거지 결국엔 선한 마음은 다 통하는거라고 생각했어
너무 값진 경험을 준 세네갈 너무 고맙고 이 나라를 좋아하게 돼서 다행이야 ㅋㅋㅋㅋ 난 내 나라가 아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까지도 사랑할 줄 아는 특별한 글로벌 인재인게 맞았어 ㅋㅋㅋㅋ
한국 돌아가서도 '나 세네갈 갔다와본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갖고 나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것 같아
그래서 섭섭하고 슬펐나봐 그래도 연이 되면 세네갈도 다시 만나게 되겠지 내가 그리워서 또 찾아갈수도 있는거고 ㅋㅋㅋㅋ 비행시간은 각오해야겠지만!!
이 나라의 전부를 보지는 못했어도 앞으로 더욱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 역시 더욱 내 분야에서 노력해야겠다! 안녕 세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