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갔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아이들과의 매일매일이, 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해서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 시간이다. 그러다 문득, 잠든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은 씩 웃으며 '엄마'라고 말한다. 매일 내가 아이들에게 물어봤던 '잘 잤어?'라는 말을 이제 아이들이 나에게 한다. '엄마 잘 잤어?'
밤사이 아이들은 또 컸다. 매일매일 미묘하게 아이들은 자란다.
잠에서 깬 아이들을 보며 나는 지난밤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안심이 된다. 너희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되었구나.
생각해보면 숨을 쉬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인데, 나는 이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여길 때가 많다. 특히 아이들과 생활할 때는 항상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밥을 먹지 않고 생떼를 피우면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다.
사실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서, 밥을 잘 먹어서, 예쁜 행동을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데. 그저 이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아이들에게 이 마음을 전하지 못할 때가 너무도 많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꼭 말해줘야지. '존재해줘서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