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에 숙소를 아직 정하지 못 했는데, 그래도 급으로 떠난 여행치곤 잘 다녀왔다.
북적이지 않고 고요한 바다도 좋았고 기차를 타고 또 차를 타고 이동했던 순간들도 괜찮았다.
처음 가본 여행지라는 신선함과 자극,
그리고 숙소도 알맞게 잘 머물게 되어서 다행이고 감사했던 순간들.
그리고 모래를 매체로 하는 상담사 수련을 받고 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 것일까.
그만큼 일상의 불편함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모래상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많았다.
음식, 사람, 초대, 나눔, 의자, 그네.
그리고 장독대.
장독대가 눈에 들어왔고 모래상자 왼쪽 편에 나란히 두었다. 이유는 물론, 잘 모르겠다.
그래서 참 무의식이 신기하고 어찌보면 무섭기도 하다. 겉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장독대 안에 있는 고추장과 간장... 그걸 편안하게 나누기도 하고 익어가기도 하는,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오래 묵혀있던 장독대.
교육분석을 해주시는 선생님은 '익어간다', '스며든다'란 표현을 사용하셨다.
30대 중반. 어찌보면 젊고 어찌보면 이미 좀 알아야하는 것들이 많아야 할 인생의 시기 속에,
내가 선택하여 모래상자에 놓은 장독대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모래상자가 참 좋다.
모래상자로 하는 상담은 그 깊이가 참 바닷속같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바다같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참 깊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고 싶고 그 길을 가나보다.
훗날 내가 나의 흰머리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무렵이면
진짜 장독대같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공간에 머무는 햇살도 공기도 어느 계절이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모래상자를 앞에 두고 상담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