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는 건 순간이다

서로 크는 이야기

by 난나J

아이들이 다치는 순간은 특히나 찰나다.

그리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입는 부상들이 참 많다.

지난 주말도 그랬다.

레고방에 갔다 사촌 오빠들과 함께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이모를 따라나선 '서'.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 쪽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이어서 코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너.

아. 늘 긴장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 긴장을 잠시 풀어낼 때가 있는데

그럼 어김없이 사고는 찾아오는 것이다.


모퉁이 콘크리트 벽 모서리에 이마부터 콧잔등까지 '1'자로 가격 당하고

이미 이마는 멍과 혹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고. 처음 겪어보는 그 상황에서 난 정말 멘붕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아이에게 최대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는데

그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는 서를 달래면서도 나의 속상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고,

지금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만하길 다행이라 아이를 진정시키고 상처가 아물기를

집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 순간에도 엄마는 판단이라는 것을 해야 하기에 머릿속은 복잡했다.


결국 서에게 비즈 두 개를 만드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주니 울음은 다행히 그쳤다.

이마에 훈장 같은 멍과 상처를 달고 비즈를 두 개 하겠다고 신나서 이야기하는 너의 웃는 모습과

말하는 표정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고 집에서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릴 적 놀이터 미끄럼틀에 콧잔등을 세게 부딪혀서 크게 멍이 들고 부었다 가라앉은 뒤로

코 뼈가 휘고 비염까지 갖게 됐다고 생각하는 나는. 서의 부상이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폭풍 검색으로 아이가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혔을 때,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를 검색하자

우려했던 걱정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육층이 파괴될 경우, 얼굴 표정을 지을 때 근육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둥

아이의 머리는 생각보다 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큰 내상이 생길 수 있다는 둥

정말 우려가 커질만한 내용들만 잔뜩 쓰여 있는 글들을 계속 읽다 보니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쿵닥댄다.


결국 병원이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을 넘기고 월요일, 서가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난 뒤 정형외과를 다녀왔다.

아이의 코와 이마를 만져보던 선생님은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따로 엑스레이는 안 찍어도 되겠다 하셨다.


그 대신 코 왼쪽에 생긴 찰과상이 상피세포가 조금 벗겨진 것처럼 보인다며

기존의 후시딘, 마데카솔과 다르게 상피세포의 생성을 도와준다는 '덤린'이라는 연고를 처방해주신다.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소량 발라주라고 하신다. 2g인데 가격은 무려 3만 원이나 한다.

그런데 그 약이 그다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네가 깨끗이 나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주는 좋은 점을 생각하고 '다행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라던

교육학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네가 더 심하게 얼굴이 찢어지기라도 했다면

그럼 정말 큰 상처를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이번 일로 서도 배운 게 있지 않냐고 물으니 있다고 한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앞을 잘 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란다.

앞으로 네가 느낀 만큼 이제는 앞을 잘 보고 걸어갈지

아니면 대답만 100점으로 한 건지는 몰라도

직접 느꼈으니 그래도 앞으론 한 번 더 이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겠지?



keyword
이전 14화일이 고픈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