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크는 이야기
서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달팽이 세 마리를 분양해 왔다.
살아있는 무엇인가를 키우는 일은, 대학교 때 언니가 남자 친구에게 선물로 받아온 토끼를 키우다
약 일주일 만에 장염으로 세상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이 둘을 어찌 낳았나 하겠지만. 나의 기준은 '나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것들'이었으므로
아이들은 예외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무엇인가를 키우길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내가 죽음으로 이별의 순간을 맞아야 하는 것이
내겐 감당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애정을 쏟던 무엇인가가 나를 떠나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 때야 비로소 실감했었는데 그건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한낱 미물일 수 있는 달팽이일지라도 난 언젠가 그것이 우리보다 먼저 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아가 데리고 오지 않길 바랐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어머니 번거롭게 해 드리는 거 아니냐고 할 때에도 실은 그 이별이 앞서 두려워졌다.
그런데 그 날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달팽이들은 채소를 잘 먹는데 상추 두 개 정도를 넣어주면 하룻밤이 지나고 나면 그 상추 두 개는 뼈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한가득 자기가 먹은 색의 응가를 여기저기 눠 놓는데, 그러고 나서는 잠자듯 가만히 움직임도 없이 있는 녀석들을 하루에 한 번씩 들여다봐주었다. 습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말라 보이면 물을 자주 뿌려주고, 목욕도 한 번씩 시켜줘야 했는데 아이가 둘이다 보니. 사실 꼼꼼하게 이네들을 챙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세 마리가 있어야 할 곳에, 한 마리의 달팽이밖에 남지 않았던 건 어느 날 갑자기였다.
상추 사이에 숨어있을 거라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두 마리가 정말 귀신같이 사라져 있었다.
방울토마토 플라스틱 박스에 똑 소리가 나도록 잠가 넣어놓은 것이 어딜 나갈 리 만무했다. 누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나갈 수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신랑과 그 이유에 대해 열심히 추적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한 가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달팽이가 달팽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내용이었는데, 달팽이는 새끼 달팽이조차 잡아먹는 가차 없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두 마리의 달팽이가 사라진 것을 '서'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에게는 두 마리의 달팽이가 자기들이 사는 집을 찾아 우리 집에서 나갔다고 표현하여 설명해주었다. 다행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렇게 한 마리가 남고 나니, 남은 달팽이 녀석은 몸집도 더 커져 보였다. 달팽이를 키울 때 사서 깔아주는 흙을 따로 사서 깔아주고, 하루에 한 번씩은 달팽이가 있는 통을 청소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달팽이가 움직이질 않는다! 그리고 겉은 굉장히 말라(dry) 보였다. 급하게 물을 뿌려주고 수분 공급을 하자 잠시 움찔했으나. 그러고는 돌돌 말린 달팽이집으로 쑥 들어가더니. 다시 나오지 못했다...
아... 그냥 이곳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살다가 갔을 것인데 우리 집에 와서 이런 험한 꼴을 겪나 싶어 갑자기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그리고 서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 것인지 막막해졌다.
많이 생각한 끝에. 이제 우리 집에는 달팽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 생각했다. 서에게 '달팽이가 먼저 집 나간 달팽이 두 마리를 따라서 하늘나라로 갔어.'라고 난 무심결에 뱉어 버리고 말았다. 오 마이 갓. 앞선 두 마리의 달팽이 얘기를 했을 때 생각보다 덤덤했던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서의 표정. 서가 울 것 같이 표정이 굳어버리더니 엉엉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ㅠㅠ
녀석들을 보낸 것이... 영영 보지 못하는 곳으로 보냈다는 사실이
남은 한 마리마저 떠나니 실감이 났던 모양이다.
솔직히 말한 게 후회되어 뒤늦게 수습해보려 애썼다.
달팽이들은 친구를 만나서 행복할 거야, 우리 집보다 훨씬 좋은 데서 잘 지내고 있을 거야~
그렇게 어찌어찌 녀석을 달래고, 그 이후에는 금기어처럼 달팽이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서가 먼저, 어느 날 어린이집 산책 길에 달팽이 한 마리를 보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왠지 녀석을 보며 우리 집을 떠났다는 아이들인가 싶어 안심이 되었던 것도 같다.
달팽아. 우리 집에 와서 고생 많이 했어.
미안해. 내가 아이 둘을 보는 엄마라 너희를 신경 써주지 못해서-
이제 다른 친구들은 절대 데려오지 않을게..
그곳에선 건강히 행복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