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고픈 밤

서로 크는 이야기

by 난나J

현재로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지금 나의 직업이 '전업주부'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일시적이건, 그렇지 않건 그렇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간혹 나의 직업을 적게 되는 순간에는 한 번 망설여지곤 한다. '난 지금 잠시 전업주부일 뿐이야.' 하면서 내 전직을 쓰면서 자위하곤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왜 대체 나는, '전업주부'라는 나의 타이틀을 거부하려는 것일까. 집에서 집안일을 책임지며 남편과 아이들을 보는 그 일을 바깥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는 그 일보다 덜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건 절대 아니다. 난 전업주부로서 만족하며 가족들의 의식주를 챙겨내는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은, 또 어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집안일에 그 정도로 대단하게 해내지 못하기도 하고. 그 역시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도 그 전업주부란 말을 적고 싶지 않았던 건, 왠지 그렇게 적어 놓고 나면. 난 그냥 평생 내가 하고 싶었던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정말로 평생 전업주부로 살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런 전업주부를 꿈꾸지만, 난 사실 혼자 살 수도 있겠다 싶었을 정도로 나에 대한 생각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 일에 있어서 만큼은 일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무엇이건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니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크게 좁아졌다.


1. 아이 둘을 케어하면서 할 수 있는 일

2. 밤샘, 매일 출근이 없는 일(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

3. 틈틈이 하면서도 가능한, 물리적 시간이 적게 드는 일


솔직히 누가 들으면 '편한 일 찾는다'라고 말하겠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이 생겨난 상황이 꽤나 씁쓸하다... 아이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나니 이런 조건이 아니면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이 생겨나는 일의 전제 조건들. 꽤나 차가운 사회적 시선들은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육아 경단 맘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스트레스가 된다. 애써 쌓아 놓은 경력은 육아와 경력단절의 시간만큼 깎여있다. 그럼에도 아이 엄마들은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런 일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또 그 사회 구조를 당장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입장이니. 바꾸어야 한다는 변화의 깊은 필요를 느끼는 밤.


자기 전,

괜한 구인공고를 들여다본다.

내가 해왔던 일들의 자리가 가득한 구인공고.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대한 구인공고들까지...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구인공고만 들여다보고 있다.

오늘은 참 일이 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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