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크는 이야기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정신상태, 그리고 아이의 기질 등 다양한 측면들이 고려되어야 함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엄마가 되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를 감정적이지 않게 대할 정도로 이성을 유지하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지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지만. 도무지 방전되지 않는 아이들의 체력을 따라가는 것이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든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인 데다, 하려는 의욕과는 달리 절대 나지 않는 시간 덕분에 번번이 좌절되는 나의 일, 공부 등등으로 인해 자꾸만 나는 예민해지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는 윽박지르고, 인상 쓰며,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들이 제일 싫어한다던 혼낼 때 엄마들이 많이 하는 그 뱀 소리 같은 '습!! (안돼!)'와 같은 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는 내가 정말 되고 싶지는 않았던 엄마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거울 속 내 미간에 새겨진 내천(川) 자는 늙어가는 나의 인상까지도 더러워지고 있다는 씁쓸함을 함께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데 나를 속 썩이는 이 녀석들은 너무나 해맑다. 뭔가 너무나 억울하다. 너희 때문에 늙는다고 너희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 왜냐면 인상을 쓴 것은 너희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상을 안 쓰면 되지 않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으니까.
아 아무튼 그렇게 현재 내 육아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그 상태를 어떻게든 해소하는 것이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더 나은 선택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3년 터울인 서와 로. 서가 첫 어린이집에 등원한 게 18개월 때였으니, 로는 이보다 1달 정도 먼저 어린이집에 가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속상했던 기억은 오래 남는 법. 서가 어린이집에 막 등원하게 되었을 때, 나는 18개월 만에 찾아온 나의 자유 시간에 정말 황홀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일상이었던 친구와의 점심을 정말 오랜만에 함께 하려던 찰나,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서가 좀 다쳤다고. 그런데 사진을 보니. 피가 보인다. 다른 곳도 아닌 머리!! 사실 무릎이나 팔 뒤꿈치에 피가 났다면 그만큼 멘붕이 되지는 않았을 거다.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넘어졌다면 대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그때는 온갖 나쁜 생각만 들어 덜덜거리며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던 것 같다. 보내온 서의 사진의 표정은 왜 그리 멍해 보였던지. 그리고 하루 이틀은 서의 상태를 챙겨보느라고 원에도 보내지 않고 나를 자책했던 것 같다. 자기 몸도 못 가누는 이 아이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빨리 보낸 건지... 하면서. 그러고 나서 다행히 서는 아무 탈 없이 어린이집에서 건강히 잘 자라주었다.
그렇게 로의 차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17개월.
물론 로는 말하는 건 아직 유창하지 않아도 눈치도 빠르고, 말귀도 거의 다 알아듣는다. 낯가림은 예전에 비하면 일취월장 수준으로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엄마 껌딱지에, 고집이 세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막으면 엄청 성을 낸다. 그리고 밖에만 나가면 엄마 통제에서 벗어나서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여서 특히나 산책길에 넘어지거나 사고가 날까봐 걱정스럽긴 하다.
서의 어린이집 등원 초기에 있었던 사고가 오버랩되면서, 사실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 두 아이와 함께 지지고 볶다가는 너희에게 나쁜 엄마가 될 것 같은 불안함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우리 사이 조금만 거리두기를 하고 만난다면, 엄마가 단 한 시간이라도 너희와 떨어져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면 이렇게 너희에게 스트레스를 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첫째 날부터 셋째 날 까지는 엄마와 1시간을 함께 원에서 보내고 가고, 넷째 날과 다섯째 날에는 엄마와 떨어져 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다행히 함께 가는 3일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넷째 날부터 녀석은 나와 떨어지는 게 싫다고 울기 시작했고 그날은 3분의 2는 울음으로 선생님과 함께 했다고 한다.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짠하고 미안하고, 안쓰럽고. 하지만 서도 그랬듯, 로도 잘해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과 기대로 다섯째 날을 맞이했다.
원래 어디든 나가는 걸 좋아해서 '나가자~~' 하면 옷도 꺼내오고, 양말도 신는 시늉하고, 신발까지 골라신겠다고 현관으로 뛰어가는 녀석인지라 나가는 건 어찌 잘 나갔는데. 문제는 어린이집 앞에서의 실랑이였다. 선생님에게 녀석을 건네려는 순간, 엄마에게 갑자기 딱~ 붙기 시작하는데 그 찰싹 붙으려는 녀석의 몸짓이 너무나 절박해 미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이가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생님께 너무 쿨하게 녀석을 맡기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운다. 난 괜찮다며 다시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한 시간을 있다가 녀석을 다시 만나러 갔다.
녀석이 잘 있겠지 하면서도 반신반의했던 마음. 시간이 되어 도착한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녀석은 선생님께 안겨 새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울지도 않고 잘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오늘은 정말 울지도 않고 잘해주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때의 그 안도감과 감사함과 기특함이란...! 서가 처음 원에 갔을 때는 이렇게 울음이 짧지 않았는데 괜히 그 모습에 기특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더 들더라. 로에게 뽀뽀도 해주고 안아주고 엉덩이도 토닥여 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또 여느 때와 똑같이 행동하고, 놀고, 밝게 생활해주었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안심... 마냥 아기 같은 녀석이 제 몸만 한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엄마라서 일까. 그냥 아이에겐 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이 먼저 생각나는 그런. '엄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