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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은 Oct 31. 2019

공무원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

나의 구청고용센터 방문 후기

남편이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나도 집에서 밥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구직을 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에 친한 후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남편의 실직 소식을 알렸고 일을 해야 되는데 어찌해야 할까 고민했다.

후배는 일단 구청의 고용센터에 가서 등록을 하라고 했다.

먼저 서류에 붙일 사진이 필요했다. 집 근처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진관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사진사 아저씨가 카메라 속에 한참 계시더니

"저기 저기요 거 어깨, 어깨 좀 쫙 펴요!" 하며 카메라 옆으로 고개를 빼고 말했다.

"네? 어깨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듯한 사진사 아저씨는 한번 더

"어깨가 지금 축 쳐지고 굽었잖아요~

젊은 사람이 어깨를 쫙 피고 있어야지 응~

반듯하게 좀 쫙 펴야 사진도 잘 나오지!

그리고 입꼬리 살짝만 올리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눈물이 글썽해버렸다.

마치 내 상황을 알고서 용기를 내라는 거처럼 들렸나 보다. 나는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어깨를 최대한 쫙 피고 입꼬리를 올려 사진을 찍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 사진관

사진사 아저씨는 아직도 동네에서 건재하시다


사진을 찾고 나서 나는 바로 구청을 향했다.

고용센터를 찾아가서 서류를 작성했다. 번호표를 뽑고 나서 순서를 기다리자 내 차례가 되었다.

상담 선생님은 나보다는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여자분이셨다.

서류를 한참 보시더니 뻥 뚫린 자격증란을 지적하셨다.

"특별한 자격증이 없네요?"

"아 그게 아이들 키우느라.... 음.... 경력이 단절돼서..."

자격증 없는 게 무슨 중죄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렸다.

선생님은 나 같은 인재가 집에서만 있으면 안 된다고  일단 용기를 주신 후 두 가지 자격증을 제안하셨다.

그리고 곧 구청에서 뽑는다는 구청 관련 구인정보도 알려주셨다. 꼭 뽑힐 거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자격증, 자격증뿐이었다.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집안을 반들거리게 하고 알뜰살뜰 살림하며 살아왔다.

육아며 저축이며 내 선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런데 나는 자격증이 없었다. 

'자격증도 하나 따놓지 않은 이 한심한 인간아~'나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시계를 보니 식사 준비시간이 촉박했다.

12시 점심을 준비하려 나는 '자격증, 자격증'을 중얼중얼거리며 집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다행히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일자리가 들어왔다.

나는 남편의 삼시 세 끼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을 골랐다.  몸은 분주해졌지만 오랜만에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새로운 기분을 불러 넣어 주었다.

얼마 안 되는 벌이였지만 남편에게

"내가 먹여 살릴게! 걱정 말고 공부만 해~!" 하는 허세도 부려보았다.




돈을 번다는 것은

어깨를 쫘~악 펴는 것이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라가게 하는 것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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