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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Sep 05. 2016

사랑이 어렵다는 나에게 그가 던진 말


 최근에 잊지 못할 몇몇의 친구들을 만났다. 특히나 기억 속에 마음속에 박힌 친구 둘이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중 하나인 빠삐스. 이곳 세네갈 남서쪽에 위치한 diass라는 곳의 작은 빌라지에 사는 빠삐스다. 며칠 전 밤에 나는 그곳을 향했고 우리는 밤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빠삐스는 작은 빌라지를 운영하는데 동네에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노래로, 그림으로, 마음으로 아이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며 마을 인식을 키워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빠삐스의 동네에 갔을 때 내가 세네갈에서 처음 본 광경들이 많았다.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동네를 쓸며 청소를 하고 있었고 직접 길거리에 나무들을 심고 있었다. 빠삐스의 노력이 묻어 나오는 순간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래로 마음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마음 한편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또 그의 모습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계속 행복하다며 감탄사를 던졌을 때 그가 부른 노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아담과 이브가 만나 사랑을 하고 우리는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몇 가지 색들로 나누어지고 있고 우리 서로가 섞이고 섞여 그 색이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융화시켜준다고 했다. 함께 이야기를 하고 함께 춤을 추고 또 노래를 부르고 색이라는 차이에서 멀어지게 한다. 지금 빠삐스가 노래 부르고 있는 이 자리에서처럼 말이다. 프랑스인, 혼혈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이 만나 노래를 부르고 듣고 이 웅장하고 굉장한 순간을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는 내용의 노래였다. 그의 중저음의 목소리는 마음 깊은 곳 긴장감을 풀어주려 했고 마음속으로 훅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더욱 긴장을 했다. 자정이 되어가자 프랑스 친구들은 루피스크로 돌아갔고 나와 사무엘은 빠삐스의 밤새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그곳에 더 남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빠삐스는 집을 빌라지와 빌로 컨셉을 나누어 만들었다. 우리는 빌라지의 작은 마당에 누워 빛한점 없는 그곳에서 은하수를 함께 바라보며 꿈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빈, 무서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하루 종일 일하고 또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좋겠어. 우리가 왜 휴식을 해야 하는지 알아? 우리는 내일을 또 살아야 하기 때문이야. 내일 만약 우리가 죽는다면 우리는 오늘 휴식을 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소진해버리겠지. 하지만 우리는 내일을 살아야 하고 그다음 날도 살아야 하고 또 그다음 날도 살아야 해. 천천히 세상을 둘러봐."



"빠삐스. 정말 너무 고마워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 이곳에 존재함에 감사하고 너희를 알 수 있어서 행복하고 너희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 잊지 못할 것 같아. "


"빈,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이야. 우리가 만든 시간들이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야. 너와 나 그리고 사무엘이 함께했기에 이 행복을 만들 수 있었어. 나야말로 감사해. 또, 아직 오늘은 너의 최고의 날이 아니야. 너의 최고의 날은 앞으로 다가올 거야. 그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거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다. 리듬감 넘치는 그의 말은 돌고 돌아 내 마음속에 박혀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을. 앞으로 다가올 나의 최고의 날들에 대해서. 특히 사람과 관계에 있어서 나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 이곳에 들어올 때쯤, 나는 낯가림이 시작이 된다. 그날 밤에도 그랬다. 사무엘과 빠삐스의 목소리에, 리듬에 취해가는 듯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빠삐스는 밤새 노래를 들려주고 세네갈의 동요들을 가르쳐줬다. 애석하게도 기억하는 건 단 하나뿐이지만. 다음에 다시 배우러 가야겠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곳 세네갈의 전통가옥인 까즈에서 자보게 되었다. 까즈는 나뭇가지나 짚 같은 것들로 만들어진 집들인데 새소리, 귀뚜라미 소리 모든 자연이 내 곁에 머물고 있었다. 다음날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했다. 세상을 다 얻은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까즈라는 집에 대해서 나는 벽돌집으로 모두 바꾸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룻밤 자보니 그것은 나의 기준이었던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네갈이 급하게 발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을 잃지 않고 천천히 이곳의 것들을 지켜가며 틀리지 않은 방법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중한 바람이다. 나는 이들에게 무조건 한국이나 선진국의 것들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불행해했던 것들을 이들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내가 함께하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삶은 공생이다. 지금 이들의 착한 마음을 언제까지나 지켜나갔으면 하는 나의 기도가 어디에든 전해지길 바란다.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무엘의 말에 빠삐스는 같이 그림 그리자는 제안을 했고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빠삐스가 준비해준 커피와 빵을 빌라지 마당에서 먹고 개운하게 일어나 세비 코탄으로 향했고 사무엘의 마지막 이별파티를 준비했다.

빠삐스의 빌라지에서 빠삐스와사무엘 그리고 빈따. 까즈집들.  



 빠삐스의 목소리는 애환이 담겨 있다. 듣고 나면 마음 한 곳이 아련해지고 아파져 온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마음이 더 간다.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사무엘을 위해 동네 사람들이 마지막의 밤을 준비했고 이별을 위해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했다. 자정이 넘자 빠삐스에게 말했다.


"빠삐스! 너의 말이 맞았어. 어제는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 아니었어. 그리고 오늘도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 아니겠지. 매일매일 새롭고 이 최고의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


"맞아 빈,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즐겨. 이 최고의 순간들은 또다시 찾아올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별은 참 슬픈 것 같아. 이제 레미도, 사무엘도, 몇 달 뒤면 클레어도 떠나잖아."


"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사무엘이 돌아가면 전화한다기에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 전화하지 말고 보고 싶을 때 다시 오라고 말이야. 나를 만나러 너를 만나러."


"사랑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 "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그가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 너도 사랑을 하고 그도 너를 사랑한다면 사랑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 네 사랑들은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도 너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 우리가 함께하지 않니?"


"아........!!!! 정말이야!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나만 사랑하기 때문이었던 거야!"


"맞아 빈. 너는 내가 만난 첫 아시아인이야.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아시아인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해. 그리고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해주어 고마워."


"빠삐스, 나는 네가 두렵지 않아! 왜 두렵겠어. 너의 말들은 모두 내 마음속에 들어와 박혔어"


"빈, 너를 보고 있으면 너에게서 빛이나. 너의 빛들이 사람들을 따듯하게 해 주고 끌어안아 주는 것 같아. 너의 빛이 내 심장으로 향해 박혔어. 영원히 간직할게 이 빛. 나는 언제나 너희의 사랑을 응원해. 기도할게 너의 사랑이 아프지 않기를. 나는 너의 real brother이야. "


"그럼 나 발롱떼(봉사단원)끝나고 다시 오고 싶은데 그땐 집이 없어. 빌라지에서 지내도 되는 거지? 하하"


"그럼! 물론이지 bien sur!"


나는 이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고 있다. 얼마나 더 자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랑을 듣고, 사랑을 받으며 또 이야기를 주는 법을 배우고,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을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았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배우고 또 깨달았다. 늘 사랑을 정의하려 했고 획일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주는 만큼 받고 싶어 했고 내가 주는 것에 대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때로는 어려운 사랑을, 때때로는 함께하는 사랑을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었다고 다만 함께하지 못한 사랑이었음을 김광석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무엘의 이별파티에 노래부르는 빠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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