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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Jan 10. 2018

인간의 최소한의 기본 욕구를 상실했을 때.

세네갈에서 글을 쓸때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여행을 시작하고보니 참 글을 쓸시간이 없다는것을 세삼 느낀다. 글을 쓸 소재가 생각이나면 시간이없거나 졸음에 기절을 하기 일보직전인 상태가 되어버린다. 새해가 되고서 5일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새해가되고 싸우느라, 지랄맞은 모기때문에, 새로산 텐트에 레인커버가 없어서 겨우 비닐로 막고 자려했으나 태풍을 맞이하여 등등  갖가지 이유로 잠을 거의 못잤다. 이미 세네갈에서 시작된 여행으로 치면 세달이넘는 네달을 바라보는 여정의 홈리스의 이시점에서 5일을 잠을 못잔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였다. 우루과이로 넘어와 우리는 숙박업소를 찾기 시작했고 비싼가격보다 빈방이 있는 숙소를 찾는것이 더 큰 고난이었다. 최근에 본 비치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우루과이의 Punta del diablo에서부터 우리의 역경은 시작되었다. 우루과이 브라질 경계에는 chuy라는 면세도시가 있는데 한국에서 내가쓰던 싱글 텐트는 우리둘이쓰기엔 작은정도가아니라 버거운 편이라 백팩까지 넣을 수 있는 3인용 텐트를 새로 구입했다. 하지만 고민끝에 레인커버를 구매하지 않았고 내가가진 2인용 레인커버를 올려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필이면 텐트를 구매한 날 핸드폰 어플리캐이션에선 태풍을 예고하였다. 해변에서 너무나비싼 파이를 세개를 둘이서 나눠먹곤 일단 맥주한잔을 한 후 이 새로운 나라에 대해 적응하는것을 축배하기로했다. 너무나 비싼물가에 처음부터 강펀치를 맞이하고 큰마음을 먹고 바닷가를 걷기시작했다.


가장 저렴한 바가 어디일까 탐색하다가 노래하는 라파엘과 그림그리는 아르토를 만났다. 라파엘과 아르토는 브라질의 남부 Porto Alegre에서 싸이클 여행을 온 친구들이었다. 바앞에서 서성이기에 맥주가격과 저렴한곳을 아느냐 물었더니 우루과이에서는 저렴한곳을 찾지말라고 했다. 모두 비싸다며. 라파엘은 바에서 노래를 부르고 300페소(약 10불)정도를 벌었다고 했다. 이틀전 처음으로 바에서 노래를 불렀고 오늘 두번째 도전을 하기위해 사장님과 대화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라파엘은 나의 우쿠렐레를 보며 왜 바에서 노래를 부르지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는 노래라곤 한국노래밖에없으며 자신이 없다고 했다. 라파엘은 이곳은 여행지이고 머나먼 한국에서 온 여자아이의 한국노래는 더욱 감동적일것이라며 부추겼다. 조금 더 연습해서 버스킹을 해보겠다는 내게 큰 응원을 해준 라파엘이었다. 라파엘이 바에들어가 사장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아르토의 그림을 구경했다. 아르토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사진을찍어 사람들과 공유하고싶어 했다. 돈뿐만 아니라 허그라던가 가진 악세사리라던가 갖가지로 물물교환을 한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가진 싱글용 텐트가 생각이 났다. 파타고니아로 가기위해서는 싱글텐트를 정리해야하는 시점이 온것이다. 아르토는 텐트를 가지고있어서 필요없지만 라파엘은 텐트가 없어서 항상 빌려야 한다고 했다.


"아르토, 라파엘에게 텐트를 선물할 생각이 없니?"


 나의 말에 아르토는 매우 좋아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르토의 그림들은 내 마음에 꼭 들어맞았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을 사고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라파엘이 돌아온 후 아르토는 라파엘에게 텐트를 선물할 수 있었고 우리는 각각 두장의 마음에드는 그림을 골랐고 그 중 둘다 같은 선택한 이 그림을 선택했다. (인스타그램 @_arturveloso 를 검색하면 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라파엘은 텐트를 껴안고 우리가 돈을 내지않고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기로 했다. 확실하지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캠핑하고 있는 곳을 봤다며 하루정도는 허용해주지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라파엘이 떠나고 그가 안내해준곳으로 갔더니 개인적인 공간이며 그 공간의 주인이 타인이 캠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결국 알겠다는 말을 뒤로한채 이곳저곳 캠핑을 물어보러 다녔다. 캠핑장에  비싼 돈을쓰고싶지 않았다. 다행히 어둑해지자 한 가정에서 앞마당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갑자기 바뀐 나라와 갑자기 바뀐 언어, 갑자기 바뀐 현지화폐는 충분히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들어맞지않는 레인커버를 고정시키고 남은 빈공간은 비닐로 막기로 했다. 엄청 큰 쓰레기봉지를 사서 고정하려 했는데 우리에게 장소를 내어준 가정에서 큰 비닐을 주었다. 집게로 고정하고 비가 쏟아지기전에 우린 텐트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바람의 방향이었다. 그곳은 바람에 노출되어 곧 텐트가 날라갈것처럼 태풍이 불어오는 곳이었고 비바람이 쏟아지고 한편에는 비가 조금씩 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숨도 잠을 이루지못한 아침이 밝아왔다. 씻지못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못한지 오일째 되는날이었다. 우리는 오늘은 꼭 숙박업소에 돈을 내고 깨끗하게 샤워를 한 뒤 침대에서 자리라 다짐을 했다. Punta del diablo 는 우루과이에서 유명한 휴양지로 숙박이 꽉 찼을뿐만 아니라 말도안되는 금액들로 일단 작은 마을로 가 숙박을 찾아보기로 했다.


브라질은 히치하이커를 보기가 참 어려운 나라였다. 모두 경계를 하기도하지만 흔하지않아서인지 생각보다 히치하이킹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루과이로 넘어오자 히치하이킹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세팀 네팀이 한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했고 승자는 웃으며 떠났다. 우리는 한 차를 얻어타서 Rocha라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를 태워준 가브리엘은 여동생이 있는데 어떤 인연인지 우연인지 가브리엘의 여동생 아날리아는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있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방학을 맞이해 우루과이로 놀러와있었다. 그리고 Rocha에 가족들이 휴양을 즐기로 와있다는 말에 우리는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19000km의 먼곳에서 또렷한 한국어를 듣는 일은 너무나 감동적인 일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니 반갑고 감동적이었다. 브라질에서 겪었던 언어 스트레스와 슬픔들이 한순간에 날라간 기분이었다. 말로 다 표현할수없는 감동적이고 힐링타임이었다. 아날리아의 부모님 또한 아날리아가 나와 한국어로 대화할때 무척이나 감동받아하셨다. 또한 아날리아가 한국에서 얼마나 잘 지내고있는지 가늠할 수있어서인지 반가워 하셨다. 아날리아의 부모님께서 점심을 준비해주셨고 우리는 너무 맛있는 우루과이 가정식을 즐긴 후 노래도부르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도시로 내려왔다. 아날리아와 가브리엘이 떠난 후 호텔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모두 만실이었다. 나는 순간 절망을 겪었다. 이제야 잠을 청할수있다는 기쁨에 도시로왓는데 모든 호텔과 호스텔에 빈방이없었고 말로 표현할 수없는 절망을 겪었다. 단지 씻고 편한 베드에서 잠을자고싶었을 뿐이었는데 이 세상에 그것마저 허락되지않는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알렉스는 그런 나의 상태를 눈치채곤 길거리 사람들에게 1000페소를 지불할테니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더 슬펐다. 내 체력이 바닥이나 그에게 도움이되지않는다는 것도 슬펐고 잠을잘수없다는 것도 슬펐고 나는 벤치에앉아 엉엉 울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절망과 좌절이 이런것일까 하고 생각 했다. 알렉스는 한참을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만하면 됐다며 다음도시로 히치하이킹을 하자고 했다. 나의 울음에 걱정된 그는 어찌해야할바를 몰라했고 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우린 한참 뒤 다음차를 탈 수 있었다. 그는 우리를 San Carlos라는 작고 아무것도 없고 여행자도 없는 작은 마을로 데려다주었다. 길거리 햄버거를 사먹고 배고픔을 달랜 후 처음 마주한 호텔에 들어갔다. 가격은 2600페소. 약 90불이 넘는 돈이었다. 내가 걱정된 그는 그냥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자며 설득했고 말도안되는 호텔에 90불이나 내며 밤새 고장난 화장실 소리를 들어야했다. 뜨거운물은 나오지않아 찬물로 샤워해야했고 아침식사가 포함이라던 그 호텔엔 쿠키와 커피 우유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화를 낼수도 안낼수도 없었다. 나는 절망과 좌절로 향하고있을때 최악의 호텔에 90불을 지불할 수 밖에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뿐이었다. 우루과이를 미워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내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고 사랑하기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곳이었다. 한참을 이곳에대해 이야기를 나눈 결과 우리는 우루과이를 사랑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엔 빨리 스쳐지나가고 최 절정의 하이시즌이 아닌 로우시즌에 다시방문하자는 약속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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