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난 현장체험학습

10월 셋째주-시외로 나간 현장체험학습

by 최영훈

은채의 두 번째 현장체험학습은 언양 자수정 동굴로 다녀왔습니다.

현장 학습은 제 어린 시절 소풍하고 비슷합니다. 다만 그야말로 현장에서 학습할게 훨씬 많죠. 우리 땐 그저 동네 뒷산이나 유원지까지 걸어가서 담임선생님의 지도 아래 레크리에이션 좀 하다가 점심 먹고 보물찾기 하고 오는 게 다였죠. 그러나 요즘 애들은 학년 별로 다 다른 곳에 갑니다. 학년 전체가 몇 명 안 되니 관광버스 서 너 대면 다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소도 차로 한 시간 거리 정도까지는 커버 되는 거 같습니다. 부산이면 창원, 김해, 울산, 언양까지 갈 수 있고 좀 더 가면 경주까지도 가곤 합니다. 또 부산 안에서도 해운대 사는 애들은 종종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해운대의 반대편인 다대포나 을숙도 같은, 좀처럼 안 가본 곳에 가서 개펄 체험을 하거나 철새를 보러 가기도 합니다.


은채는 이날도 건휘와 함께 공동 반장에 뽑혔습니다. 뭐 다른 애들보다 좀 앞장서서 체험하고 줄 세우고 하는 정도겠지만 은채는 제법 설레 보였습니다. 준비물은 사실 어린이집 때랑, 1학기 체험 학습 때랑 비슷합니다. 도시락, 작은 돗자리, 음료수, 쓰레기 가져 갈 비닐봉지 몇 개가 전부죠. 엄마는 새벽에 정성스럽게 김밥을 싸 줬고, 과일과 과자를 챙겨 줬습니다. 특히 과자는 봉지를 뜯어서 밀폐 용기에 여러 종류를 칸칸이 조금씩 넣어 주는 게 좋습니다. 어린이집 때부터 그렇게 해줬는데 친구들하고 나눠 먹는 재미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쓰레기를 현장에 남기지도 않고요.


언양 자수정 동굴은 제법 오래 된 관광지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서 아이들이 즐겨 찾는 현장 학습 관광지입니다. 은채도 어린이집에 이어서 두 번째 가는 거지만 새로웠다고 합니다. 하필 이날도 아침부터 흐렸습니다. 걱정 많은 엄마와 아빠는 우산을 가져가라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비를 만났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은채는 우산을 폈고, 우산을 안 가져온 친구와 함께 쓰고 이동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네 살 반부터 현장 체험 학습을 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근처의 키즈카페에서 시작해서 점점 범위와 규모를 넓혀갔죠. 커다란 물놀이 시설에도 갔다 왔고, 동물원에도 갔다 왔죠. 그때마다 걱정 많은 아빠는 “버스에 타면 안전벨트 꼭 해라. 버스 출발하기 전에 꼭 쉬해라. 밥은 천천히 물이랑 같이 먹어라.” 구구절절 잔소리를 했습니다. 은채도 매번 잔소리를 하니까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요즘엔 아빠는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며 타박을 주기도 하죠. 그럼 전 그럽니다. 이게 아빠 임무라고 말이죠.


은채는 초등학교 두 번째 현장 체험 학습을 무사히 갔다 왔습니다. 가서 딱정벌레 같은 곤충도 만져보고 서커스 같은 기예도 보고 동굴 안에 들어가 보물도 찾았다며 신나게 말했습니다. 매번 풍성한 경험을 하고 무사히 갔다 온다는 걸 알면서도 아빠는 매번 염려와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하겠죠? 언제쯤 하지 않게 될까요? 과연 그날이 올까요?

keyword
이전 04화첫번째 참관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