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참관 수업

10월 둘째주-부모가 자랑스러워하는 자식이 된다는 것

by 최영훈

첫 참관 수업 공지는 몇 주 전부터 왔습니다. 아내는 이날을 대비해 오전 반차를 냈죠. 은채는 참관 수업 때문에 공부 했던 단원을 복습한다고 저에게 귀띔을 해줬습니다. 은채의 담임선생님은 국어 수업을 참관 수업으로 정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내는 9시 40분까지 갔습니다. 나도 가야 되나 싶었지만 솔직히 엄마 아빠 다 온 집이 몇 집이나 될까 싶어서 혼자 가라고 했습니다. 괜히 유난 떤다 싶어서 말입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엄마 아빠가 다 온 집은 한 집 밖에 없었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온 집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 여럿이 다니는 집은 오르락내리락 바빴다고 하고요. 이럴 경우엔 엄마 아빠가 같이 가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엔 당연히 반장이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 합니다. 원래 하지 않더라도 이날만큼은 해야겠죠. 마치 군대의 사열처럼 말이죠.

“오늘은 일일반장을 뽑았습니다. 친구들이 누가하면 제일 반장을 잘할까 추천을 해서 최은채가 일일반장이 됐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은채가 반장이 된 이유를 설명하셨다고 합니다. 다른 엄마들이 부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 봤다고 하더군요. 아내 말에 의하면 은채는 아주 다부지게 인사를 해냈다고 합니다.

“차렷, 선생님께 인사.”

이후 선생님의 수업 진행을 도왔다고 합니다. 낱말을 찾는 돌림판도 돌리고, 모듬에서는 아이들의 의견도 잘 조율했다고 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엄마한테 얼른 안겼다 다시 친구들에게로 돌아가서 게임을 하더랍니다. 어리광은 잠깐이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은채한테 물었습니다. 이날 기분이 어땠는지 말입니다. 은채 말로는 엄마들이 오기 전까지 정말 떨렸다고 합니다. 혹시나 돌림판을 돌릴 때 낱말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고 말이죠. 그러나 엄마는 은채가 떨거나 긴장한 걸 못 느꼈다고 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고 하더군요.


은채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면 긴장이 사라지는 타입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두 번의 발표회 때도, 졸업식 답사 때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번 참관 수업 때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이런 체질은 엄마를 닮은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강의 할 때는 수강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 하는 타입이긴 했지만 아내는 외부 교육이나 학회 발표 때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목소리도 크고 선명하죠. 은채가 엄마의 좋은 점을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자식을 둔다는 건 부모에게 분명 기쁜 일입니다. 제가 자랐던 변두리의 가난한 동네에서는 저 또한 다른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자식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늘 자랑스러워 하셨죠. 드라마의 대사처럼 그야말로 어머니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자랑스러운 자식이 부모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자식이 그 자랑스러움에 걸맞게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큰 효도인지를 말이죠.


요즘 은채를 보면서 은채가 부모의 자랑스러움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또 부모의 좋은 점만 물려받은 것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또 아무 노력 없이, 타고난 외모나 신체적 능력, 지적 능력으로 인해 교만하거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난 그저 다른 사람과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기를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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