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편해지는 아이들

9월 마지막 주

by 최영훈

한 학기를 다녀봤다고 학교가 편한 가 봅니다. 은채는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해서 방송 댄스 하는 친구들이랑 단체로 춤도 추나 봅니다. 이제 선생님은 아주 먼 존재가 아닌 듯합니다. 문제는 은채가 종종 뭔가를 학교에 두고 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최근엔 재킷을 두고 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낮에는 25도가 넘다보니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제가 데리고 가는 날에는 재킷을 입고 갔다가 학교 앞에서 제가 다시 받아오곤 합니다.


이날도, 은채는 교실 옷걸이에 외투를 걸어 놓고 왔다고 울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어이 딸, 걱정 마. 너 네 학교 운동장에 언니 오빠들이 얼마나 많은 걸 두고 가는지 알아? 교실에 두고 온 거면 내일 찾아오면 돼.”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어서 월요일에 찾아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은채는 그래도 걱정이 됐던 모양입니다. 토요일에 하는 방과 후 학교 가는 김에 교실에 들러서 창문 너머로 옷걸이를 확인했습니다.

“아빠. 내 옷이 걸려 있더라. 그런데 내 것 말고도 네 개가 더 걸려 있었어.”

우리는 함께 웃었습니다. 하교 길에 데리러 갔던 엄마들도 더운 날씨에 애가 아침에 재킷을 입고 갔다는 사실을 깜빡하겠죠. 또 학원 갈 시간에는 더우니 재킷 없이 그냥 덜렁 학원차를 타고 가는 친구들도 있을 테고요.

학교에 적응하면 학교라는 공간이 편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학교 가서 뭐하고 놀지, 오늘은 뭘 배울지 다 알고 가고 계획을 하고 갈 정도니까요. 그리고 사물함에 뭐가 들었고, 뭘 놓고 오고 가져와야 하는지 아니까요.


10월엔 상담 기간입니다. 그래서 아내도 상담 날짜를 선생님과 조율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알림장에는 재미있는 말이 써져 있었습니다. 은채가 직접 받아쓴 알림장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상담 신청하신 분 중에 굳이 안 오셔도 되는 사람은 아동편으로 연락 바랍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전 혼자 크게 웃었습니다.

“아빠 왜?”

“응, 선생님이 엄마는 학교 안 와도 된다는데? 그런데 엄마가 선생님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내의 친구가 은채는 상담 같은 거 안 해도 된다고 했답니다.

“야, 넌 학교 상담 안 가도 된다. 선생님이 그 날짜 조율하고, 상담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나? 학교생활 잘 하고 구지 상담 필요 없는 애들은 안 해주는 게 선생님 도와주는 거다. 그런데 꼭 상담이 필요한 부모들은 상담 신청을 안 하고 너 같은 엄마들이 제일 먼저 연락해서 상담 날짜 잡더라.”

그래서 저도 아내에게 그냥 전화로 상담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아내는 “그래도 궁금하잖아.”하면서 날짜를 잡았죠.


선생님의 당부를 읽고보니 정말 안 가도 되나보다 싶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연락을 하고, 연락이 없으면 무탈한 것이라는, 그러니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이고, 어쩌면 이 후의 학교생활 전체에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반에서 1등하는 부모님이 학교로 불려온 적은 없어도 꼴찌나 소위 사고뭉치 친구들의 부모들이 학교에 불려온 적은 많았으니까요. 그러니 선생님의 연락을 안 받는다면, 다행히도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고 없이, 다치지 않고 무난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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