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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1. 2021

아무튼 가출 (2)

계속되는 전쟁에, 몇 시간 만에 종료되었던 외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독립이라는 명확한 방법이 아닌 이상 고작 하루 외박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선은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대 때도 하지 않았던 (가출에 의한) 외박이 이루어졌다.


괜히 공항과 비행기가 보고 싶은 마음에 근처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로 향했다. 방을 배정받고 커튼을 젖히니, 아직 공항 간판은 빛나고 있었지만 역시 비행기의 이, 착륙은 많지 않았다.


노란 불빛의 쾌적한 방에서 챙겨간 맥주를 마셨다. TV에는 심야 괴담회가 나오고 있었다. 집중해서 보는 건 좀 무서웠지만 채널을 돌리고 싶지 않아 보는 둥 마는 둥 틀어놓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가 연습장에 이것저것을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답답해도 여러 가지 면에서 당장 독립을 할 만한 형편은 아닌 것 같다란 생각에 뜬금없이 중고차 검색을 했다가, 유튜브에서 괜히 한문철 TV를 연속 재생하며 ‘운전해도 될까’ 했다가... 골룸이 따로 없다.


새벽이 되니 공항 간판에도 불이 꺼졌다. 거기에 마우스라는 드라마까지 틀어놓고 보니 본의 아니게 납량 특집이다. 거기에 몰려오는 심란함이 더해져 공항 간판에 불이 다시 켜질 때까지 밤을 거의 지새웠다.


어른이 되어 고민을 한다는 건, 남들 눈엔 보이지 않지만 내겐 너무 아픈 유리 파편을 밟고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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