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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1. 2021

빌런의 시작

언젠가 용기를 내어 고백했던 적이 있었다. 당신의 말들이 내게 큰 상처가 된 적이 있었다고. 그런데 돌아온 건 본인도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자라서 그걸 수밖에 없었다는 예상 밖의 답변이었다. 이번에도 미안하다는 사과는 듣지 못했다.


내 선에서 적절한 시간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 누군가에게 흘러들어 타인을 전염시킨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를 차단하기에 이른다.


온라인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는 것이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낯을 많이 가려요.”, “회식이 너무 싫어요.”를 외치던 사람들이 넘치다가도,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모두 밝아 보이기만 하는 사람들 속에 다시 군중 속 고독을 체험하게 된다.


결국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또 다르면서도 같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상처를 입히고 어느샌가 서로의 빌런으로 성장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또 다시 옮기는 무한 반복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그 시작엔 무엇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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