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서른이 되었을 즈음에, 다니고 있던 회사에 상사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조직의 분위기 상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차를 마시자는 것이었다. 내 모습을 지나고 보니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유 부장을 따라 회전 초밥집에 갔던 무한상사의 정 과장과 오버랩된다.
그 자리에서 나는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고 카페에서의 이야기는 5분이 되지 않아 미무리됐다. 태어나서 그만둬 본 적은 있어도 잘려 본 적은 없었던 내게 해고라는 것이 몰고 온 감정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났단 것도 아니고 재직 기간 역시 그리 길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통보에 눈물부터 흘렀다. 몇 날 며칠간 퇴근해서도 눈물 바람을 했던걸 생각하면 지금에 와선 왜 그랬나 싶다.
어쨌든 당시 상황을 구구절절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나의 해고가 굉장히 갑작스럽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 일과 관련해 그때도 지금도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할 법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올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 일을 겪고 난 이후, 세상의 참 많은 부분에서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들려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늘 같은 모습을 해왔을 것이고 내게 생긴 변화일 것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하나의 감정을 수집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