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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1. 2021

그걸 왜 빼요? 왜 빼!

연애의 참견을 보면, 제3자의 시선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이런 일이 급 만행이 적힌 사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연을 보낸 당사자 역시 실컷 괴로움을 토로하면서도 얘기를 듣다 보면 뜻밖의 표현에 허무함을 금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것만 빼면 참 좋은 사람이거든요.”  


‘이것만 빼면’

어쩌면 연인 관계를 포함한 넓은 인간관계에 깊게 박힌 개념의 하나로 자리해 왔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질수록, 나의 옆자리가 텅 비어갈수록 “이만하면 됐지”하며 체념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마음으로 곁에 남겨둔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배려 없는 태도와 말 한마디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그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나의 인간관계는 빼기에 빼기가 계속되었다. 같이 공유한 추억과 줄어든 만큼의 빈자리가 종종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상하지 않은 감정의 일부분을 최대한 일찍 도려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내용에 대입해보자면 나는 회피형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온전히 상대방을 위해서라기보다 복잡한 상황을 피하고자 했던 숱한 양보 대신, 내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펼쳐졌을까. 아직도 나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 또는 0개 국어의 어수룩한 어른에 불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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