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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 May 14. 2020

혼자여도 괜찮아

함께  하기는 '홀로 서기'부터.


불과 10년 전쯤 미래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개인의 손바닥 안에서 1인 tv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나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얘기로 치부했었다. 나의 아둔했던 미래인식이 명백해진 지금,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통해 홀로 자기 세상을 연다.

이제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채널 다툼을 하며 함께 시청하는 모습도 보기 드문 풍경이 되었다. tv 안에서 탄생하던 대중스타는 점점 사라져 가고,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만의 스타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 공동체적 생활방식의 해체는 현재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접하거나 즐기기 위해, 심지어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보다는 개인의 가상공간과 함께 하는 시대가 되었다.


명절을 즐기는 모습도 사뭇 달라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웃어른과 친지 등 온 가족이 함께하던 전통적인 명절 행사를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명절을 지내고, 형편에 맞는 개별적인 가족문화를 만들어 가는 추세이다.


전통의 가족문화는 화목하고 정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계 안에서 권위적 질서와 의무감에 짓눌리고,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문화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역할을 강요받는 관계 안에서는 우리 중 누군가는 행복할 수 없다.



의무적인 관계와 달리 서로의 선택과 존중으로 맺어지는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한 세상은 새로운 축복이기도 하다.

 인류가 출현하던 시절, 각각의 주어진 환경조건에 따라 어딘가에서는 유목문화가, 또 다른 환경에서는 농경문화가 탄생했다고 한다. 인간 삶의 방식은 이렇듯 상대적인 가치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성장배경이 되었던 옛것이 소중하고 정겹지만, 새로운 세상에 따르는 변화의 물결도 내 삶의 긍정적 요소로 수용해야 할 것 같다.

거꾸로 상상해 보자. 인간이 '개인 삶'을 전통으로 살아오다가 '공동체의 삶'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과 반대로 개인의 삶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 삶에 따르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고독사 등 다양한 문제도 있다. 이런 우리의 고뇌는 다시 서로의 연대를 추구하도록 하고, 인간은 영원히 홀로일 수 없음을 자각하도록 한다.

'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     <라틴어 수업> 중에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각박한 생활환경에서 비롯된 혼자만의 삶이라고 하지만, 나에 대한 존중은 다시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서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며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 본다.



그래서, 우리 모두 외로움에 매몰되지 않고, 톡 쏘는 사이다 맛 정도로 고독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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