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무료'의 무게

by 응응

수요일 정오. 평소라면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고 머신 앞에 서 있을 시간입니다. 도서관 로비에는 카페인 수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서고,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샷을 내리고 우유를 스팀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오늘 제 손에는 포터필터 대신 멍하니 스마트폰만 들려있습니다. 도서관 카페의 미닫이창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 창문 앞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무료 카페'라는 말은 참 따뜻하게 들립니다. 돈이 없어도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그 '무료'를 지탱하기 위해선 누군가의 '비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갈아내던 원두, 하트를 그리기 위해 쓰던 우유까지. 그 모든 것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신나서 커피를 내릴수록, 정해진 예산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결국, 도서관 측에서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음 예산이 집행될 때까지 잠시 멈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수요일의 리듬은 그리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오후 12시가 되자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지금쯤이면 점심을 먹고 몰려든 사람들로 정신없이 바쁠 때인데. 오후 2시가 되자 환청처럼 스팀 노즐이 내뿜는 '치이익-'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졸음을 쫓으러 온 그 학생은 오늘 어디서 커피를 마셨을까요? 오후 2시 30분, 따뜻한 라떼를 찾던 그 단골 분은 닫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며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고작 커피 한 잔 못 드리는 것뿐인데 죄송한 마음이 가슴 한구석을 묵직하게 누릅니다.

봉사라는 게 참 이상합니다. 시작할 때는 제가 남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노동력을 제공하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시혜적인 일이라고요. 그런데 강제 휴가를 받고 나니 깨닫습니다. 사실 채워지고 있었던 건 제 쪽이었습니다.

"잘 마시겠습니다."라며 건네는 수줍은 인사. 제가 그려드린 3단 하트를 보고 "와, 예쁘다!" 하며 사진을 찍던 반짝이는 눈빛. 그 짧은 소통들이 제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동력이었다는 것을요.

텅 빈 수요일 오후를 보내며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원두 한 알, 우유 한 방울, 그리고 그곳을 찾아주는 당신의 발걸음까지. 모든 것이 기적 같은 예산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순간들이었습니다.

다시 창문을 여는 날에는 전보다 더 꾹꾹 눌러 담은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이 닫힌 문 뒤에서 우리가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는지 모를 거라고. 그러니 그동안 조금 덜 쓴 커피를 드셨더라도 부디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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