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를 준비하는 정도의 차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기업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첫 출근은 사무실이 아닌 호텔이었다. 마치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는 것처럼, 2주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부서 배치를 받은 후 사무실로 출근했다. 자대 배치와 차이가 나는 것은 부서 배치를 위해서는 본인의 희망 부서에 대해서 인사 면담이 있다는 점이었다.
입사 교육에서 가장 기억나는 중의 하나는 KSA였다.
회사 생활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지식(Knowledge), 스킬(Skill), 태도(Attitude)라는 내용이었다. 입사하고 부여받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족한 KSA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회사에서도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지원을 해 주었다.
AI시대인 요즘 문득 KSA가 다시 떠올랐다. 지금도 회사 생활에서 이전만큼 중요할까?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지식과 Skill은 이미 많은 부분 AI와 로봇등이 대체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태도뿐이다. 요즘 시대에 과연 어떤 태도가 개인과 회사 입장에서 요즘 시대에 적합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질문의 수준"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 다다랐다.
질문의 수준을 정의하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과 회사가 고민하고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세 가지 수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첫 번째는 과거 중심의 질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기존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이다. 결국 이 질문의 끝은 "그래서... 이렇게 했더니... 이렇다."라는 결론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많은 회사에서는 이런 경험을 미리 습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사 또는 타사의 베스트 프랙티스(BP : Best Pracitce)를 벤치마킹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BP는 결국 과거의 이야기다.
두 번째는 현재 중심의 질문이다.
과거의 일이 아니라, 내가 일하고 있는 지금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경험했었던 제조업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제품의 문제는 없는지, 오늘 생산 중인 제품은 불량이 없는지, 지금 만들고 있는 보고서는 오류가 없는지 등과 관련한 질문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중요한 질문인데, 이미 일어난 과거의 질문을 해결하느라 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결국, 현재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과 대책이 없다면 또 다른 과거 문제를 유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는 미래를 준비하는 질문이다.
감히 AI와 대적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상"과 관련된 질문이다. 새로운 상황에 대해 이미지를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현재와 "상상의 모습"과는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줄 것이며 이는 회사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한 집안의 수준을 보려면 부모가 어떤 책을 보고 있는 지를 확인하면 된다.
한 회사의 수준을 보려면 회사 리더들이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지를 보면 된다."
요즘 더 공감이 되는 말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데이터는 수단이다. 수단은 목적에 종속된다. 따라서, 목적은 질문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그 회사가 보유하고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는 그 회사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