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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Aug 03. 2023

여름날의 거리공연자

더위에 대하여

 여름에는 거리공연이 많이 줄어든다. 비가 와도 취소, 폭염이 와도 취소다.  모든 어려움을 딛고 공연이 정상 진행되면, 거리공연자는 감사한 마음으로 비장하게 집을 나선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집에서부터 한복을 입고 나온다. 최대한 시원해 보이는 색과 재질의 한복을 입지만 속바지 속치마 등도 갖춰 입어야 한다. 치마 속 단열재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땀 폭포수 속에 들어앉아 홀로 득도하는 기분이다. 원래는 전통한복(속치마를 세 벌 정도 겹쳐입는다.)에 반팔 저고리로 버텼지만, 2018년이었나, 기록적인 더위가 한국을 덮을 때 결국 속치마 한 벌 입는 생활한복을 구매해 버렸다. 뭔가 지는 느낌이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빵실한 한복 치마는 자존심이지만 올해에 와서는 결국 인견 속바지만 입고 연주하는 날도 생겨버렸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전통한복에 반팔 저고리 조합
더우니까 생활한복으로!!!

 게다가 나는 지독한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해를 받으면 화상을 입어 붓고 간지럽다. 사계절 내내 작은 선크림을 가지고 다니며 여러 번 바른다. 하지만 거리공연은 해사한 햇살 속에서 연주해야 할 때도 있다. 연주 전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공연을 시작하면 제철인 여름 햇빛은 신나게 내리조지며 나를 구워놓는다. 해금도 나도 정신을 못 차린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사하게도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공연을 했고, 저 멀리 그늘에서 나의 연주를 들어준 이가 있다. 그분에겐 오늘의 작은 연주가 큰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공연비도 살뜰히 받아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었다. 연주 후의 아이스 카페모카는 더욱 시원하겠지. 오슬오슬 추울 정도의 카페 안 공기가 수고했다며 나를 보듬겠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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