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3개월은 인턴 기간인데 월급이 많이 적지는 않냐, 맡은 업무가 신입이 바로 가기에는 어려운 자리인데 일은 괜찮냐, 이런저런 걱정의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요즈음의 회사생활이 유래 없이 편안하다. 요청사항들이 많아 조금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개중 가장 다급한 요청도 '빨리 해달라' 정도인 것이 좋다. 죽네사네 하는 깊은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 같다.
이직에 만족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없지는 않았다. 최근 교원 인사 발령 시즌을 맞아 여러 선생님들의 전보 소식을 접하고 전임교 선생님들께 안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전임교 졸업식이 얼마 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떠오르는 학생이 있었다. 잘 버텨서, 살아서, 졸업할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게 했던 학생이었다. 사실 작년 중반 즈음에도 그 학생의 안부를 한번 전해 들었었는데,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착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선생님 혹시 ㅇㅇ학생 졸업했는지 아시나요..?"
- "네~ ㅇㅇ이 졸업 잘했어요! 졸업식 당일에도 봤어요."
졸업을 했다니! 굉장한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맡았던 동아리에 참여했던 학생이라 연락처가 있어서 고민 끝에 직접 연락을 보냈다. 과한 행동인가 싶기도 했지만 3년의 시간을 괴로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졸업까지 해낸 걸 아주 많이 축하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네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삶의 즐거움을 조금 더 발견할 수 있는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도움 주신 덕분에 졸업도 하고 대학에도 갈 수 있었다고,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무사히 졸업해 준 것만으로 대견하고 고마운데 대학 진학이라니. 기대치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건조한 사무실에서 갑자기 마음이 촉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랬지. 이런 보람과 기쁨이 있기도 한 일이었지. 몇몇 귀한 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괜히 센티해지려다가 업무 요청 메일이 왔다는 알림 팝업에 앉은자리로 정신을 붙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