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마솥과 빨간 다라이

내가 그날 먹은 건 사랑이었을까?

by 은혜정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늦어버렸다.

짙은 초록색 원복 밖으로

노란 강물이 흐른다.



아이는 어떻게 집에 왔을까.

해피가 빨간 신발을 물고 갔던 날처럼

울먹이며 왔겠지.



엄마는 '우리 아기 왔어.' 하더니

가마솥을 연다.

빨간 다라이에 검은 무쇠솥의 펄펄 끓는 물을 붓는다.

펌프질 한 찬물도 섞는다.

우리 아기 뜨거울세라. 차가울세라.



담요에 포옥 싸아 아이를 아랫목에 내려놓는다.

그날 아이가 먹은 건 옥수수였을까?

감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 작가의 말 ]

마흔을 넘어 쉰에 하는 실수는 창피함이 앞서지만, 다섯 살 아이의 실수는 이토록 그리운 문장이 됩니다. 돌아보니 서툴렀던 하루하루가 이미 한 편의 시였고 문학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일흔, 여든이 되어 돌아보면 눈부신 문학으로 기억되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문학을 써 내려가고 계시는지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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