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정상과 환각 사이, 길을 잃은 나의 유년의 기억

수채화 같던 유년의 추억을 코믹으로 승화시키는 AI의 위대함에 대하여

by 은혜정

내가 쓴 글, '엄마의 가미솥과 빨간다라이', '아카시아 소풍길과 계란 두 판'의 본문에 사진을 넣으려고 무료사진다운사이트를 뒤졌으나 적당한 이미지를 찾을 수 없어서 AI에게 각각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내 머릿속에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아카시아 길과 엄마의 온정이 느껴지는 마당을 상상하며 AI가 그 추억을 구현해 줄거라 믿었다.


그런데 과물은 두 이야기를 믹싱해 버렸다. 양계장 가던 길에 있던 아카시아 나무가 갑자기 우리 집 마당에, 아이가 목욕해야 하는 빨간다라이가 빨래다리이로 바뀌었다.

그리고 엣지있게 아카시아꽃도 빨간다라이 끝에 걸쳐져 있다.

"얘! 두 개의 다른 얘기인데 믹싱 하면 어떡하니? 엄마의 가마솥과 빨간다라이 얘기만 다시 그려줘." 했더니


세상에 이건 도무지 유치원이 없는 시절을 그려놨다. 저 시대는 또 언제람? 조선시대? 전쟁통? 아마 조선시대 화전민인듯하다. 5살 아이가 있는 엄마를 할머니로 만들어 놓았고 아이의 저 누더기는 뭐며, 이불은 또 왜 뒤집어쓰고 있는지, 차라리 키를 씌워 놓지? 유치원을 다으면 그 당시는 아주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을 텐데 저 누더기를 보아하니 유치원 못 다닌 듯하고 다녔다고 해도 월사금 꽤나 밀린 차림새다. 유치원은커녕 밥이나 제대로 먹었으려나 심히 궁금한 상태다.


"얘! 다섯 살 아이엄마를 할머니를 만들어 놓고 저 누더기는 뭐니? 저 형편에 유치원은 다녔겠니? 내가 원했던 건 '전원일기'였는데, 네가 그려놓은 건 '전쟁통 피난민'이냐?" 다시 그려.


갑자기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저 빨간 구두 한 짝은 진정 저 남자아이의 것이란 말인가. 아마 울며 집에 돌아온 이유가 노란 강물 때문이 아니라 저 빨간 구두 때문인 듯하다.

"얘! 왜 갑자기 남자아이가 튀어나와? 여잔데.

다시 그려."


초록색 유치원복. 빨간 신발, 엄마, 빨간 다라이, 가마솥, 펌프까지 완벽하다.

[ 국화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AI 앞에서 ] 혜정

한 장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밤새도록 에이아이를 그렇게 혼냈나 다.


이쯤 되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배경은 유지하면서 모두 한 가족으로 만들어줘.


할머니가 좀 더 나이를 드신 채로 손녀를 떼 놓고 왜 이불만 가져와서 쓰고 계신 걸까? 그리고 저 남자아이는 어찌하여 소녀의 동생이 되어서 나타났으며, 남자아이의 엄마는 또 어디로 갔을까? 복을 보아하니 같은 유치원에 다니나 보다. 두둥! 가장 압권은 우측 상단의 빨래다라이, 이 정도면 내 수채화 같던 유년의 기억이 잔인하리만치 코믹버전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 그럼 난 끝까지 간다.


"배경은 유지하면서 모두 한 가족으로 만들어줘. 다시 그려."


짝짝짝!! 할머니, 며느리 둘, 손주 셋, 세대를 거슬러, 시대를 거슬러 한 가족이 완성되었다. 정상과 환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너 오늘 애 마이 썼다. 고마 쉬어라.


P.S. 사실 마지막 그림도 네 번째 만에 성공한 그림이다. 이걸 각각 집어넣으면 독자님들도 환각에 빠질 것 같아서 한 장으로 올린다.


글을 마치며 : 이 내용은 제 어린 시절 추억을 AI로 구현해 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AI가 제 마음을 다 읽지는 못했는지 재미있는 실수들을 남겼네요. 이 이미지를 넣고자 했던 글이 아래에 있습니다. 읽어 보시면 이 글이 더 잘 이해되실 겁니다.


https://brunch.co.kr/@eunhyejung/28


https://brunch.co.kr/@eunhyejung/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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