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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Oct 13. 2019

내 마음은 가을색입니다.

사랑도 깨닫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부모님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내가 철이 든다는 것일게다.



마음의 사계절

마음이 봄색일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호기심 투성이었다. 연두색과 촉촉함이 가득한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며 매일이 미소였다. 여름색의 마음은 뜨거운 열정으로 대지를 이글거리게 하기도 하고, 분노에 휩싸여 모든 것을 씻어 버리는 비가 되기도 했다. 좌충우돌의 색들이 지나가고 어느덧 마음은 가을색이 되면서 반추를 시작한다. 높은 하늘에 과거를 띄워 보며 빨간 단풍과 노란 단풍이 다른 것을 아는 것처럼 과거의 일들을 분별해보면서 어떤 사건들의 이유와 세상의 이치를 구름으로 날려 본다.



내 마음은 가을색이 되었다.

누군가에 얽매여 보내던 시간들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 기쁘다. 그 까닭은 무심히 스치는 잔상이 하늘에 둥둥 떠가면서 그의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정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가을색의 마음 역할이 크다고 본다.



그를 반추한다.

지나고 보니, 그가 원했던 이는 허상이었고 기대함이 아니었을까.

'그'라는 정류장을 지나오고 보니 혼자인 사람은 혼자인 사람을 만나서 불완전한 교감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 교감을 통해 완전함을 만들어 갈 직관을 찾는 게 중요하고.

이미 사랑을 이룩한 이들의 모습에서 이상향을 찾고 있었던 그였다. 그 자신이 그리던 이상향의 모습은 불완전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현재 다른 이와 만들어낸 완연한 모습이었다. 허상을 쫓는 것일까.



그는 없었다.

가을의 거리에 허상을 쫓는 사람은 없었다. 가을의 거리에 그가 기다리는 누군가는 없었다. 그는 완전한 모습의 반쪽을 기다렸고 그 자신의 사랑은 없었다. 반쪽에 대한 기대함만 있었다.

그의 마음은 기이했다. 그의 기이한 모습은 어쩌면 도시의 불완전한 많은 이들의 얼굴인지도 모른다.



경의선 숲길 공원



내 마음은 가을색입니다.

가을색으로 마음이 물들면서 나의 색을 찾아간다. 작은 숲길을 따라 걸을 때 보이는 길 위의 풍경. 강아지들과 함께 나온 주인의 마음이 얼굴에 보인다. 주인들끼리 강아지들끼리 담소하고 뛰어노는 모습. 아장거리며 걷는 아가들과 함께 나온 부모의 얼굴과 이를 멀리서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사랑이 가득하다. 낮은 낡은 집을 개조해 만든 오픈 테라스에 앉아 카페를 즐기는 외국인들을 보며 가보지 않은 모로코의 정취를 느낀다.

연두의 잔디와 초록의 색이 묵혀지는 나무와 파아란 하늘. 경의선 숲길의 우리 모두는 즐기고 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서 완연한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길 위의 풍경에 오늘의 행복을 담아,

가을색의 마음에 시간을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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