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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n 23. 2020

특별해진 '보통'

우리의 '보통'은 애잔하고 그리운 과거의 대상이 되어간다

보통의 삶


보통의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무렵이 되어서야 '보통의 삶'을 생각해 본다. 내가 떠올리는 보통의 삶이란 평범이라는 단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각자의 일과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그 역할이 언젠가까지 반복된다. 지루할만큼 매일이 반복이 되다가도 문제가 생기는데 문제의 해결과 결말은 다시 원래의 매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업이나 특수한 전문직보다 비슷한 매일이 반복되는 평범한 직장인이 보통의 삶으로 여겨졌다. 이런 느낌은 '보통'을 '평범'으로 만들었고 이것은 '지루함' 같은 약간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게 우리 세대가 가진 '보통'에 대한 이미지가 아니었던가.




세뇌된 삶의 편견


어릴 때에는 보통의 삶이 아니라 성공의 삶을 교육받았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주입되었다. 경주마 눈가리개 같은 습관을 함양하고 일탈하지 않으며 오로지 공부에 열을 올리다가 의무 교육기간을 마친다. 순위가 높은 대학에라도 가게 되면 목전에 성공을 둔 사람처럼 부푼 마음이 가득했던 게 90년대 분위기였을까.


경제가 출렁이다 보니 성장하는 산업군의 순위가 뒤바뀌고 경쟁의 정의도 바뀌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직장과 직업과 삶의 모습에도 변화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보통의 삶이 깨지는 30년을 거쳐왔고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함께 과도기를 거쳤다. 성공한 삶이 대단하다고 여겼던 과거와 달리 보통의 삶에도 의미가 생겼다.




뉴 노멀


'보통'에 '가치'가 생긴 것은 아마 포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기술의 발달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환상이 깨졌을 때. 다수의 행복을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기대의 결과가 부의 편중이었을 때. 나의 장미가 피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부에게 핀 장미를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실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보통스러웠던 과거, 불확실한 미래보다 보통스러운 현재에는 '포기' 혹은 '안주' 등으로 보인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새로운 보통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전염병


경제 구조가 병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삶도 병들어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의 창궐이 점차 커진다. 사람들에게 불안과 위협은 더 이상 삶과 생활의 범주가 아닌 생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하늘도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일까. 바이러스를 통해 사람들에게는 코로나와 함께 마음의 병도 함께 전염되고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삶, 보통의 사람. 보통의 사회, 보통의 관계 등

보통스러운 것들이 모조리 그리워지고 애잔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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