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만나서 함께해 온 반년의 오늘
반려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 대형 유기견을 입양했을 때 겪는 시행착오는 많다고 한다. 그런 시행착오에 대부분이 일로 채워지는 일상이 익숙한 내게 반려 동물의 등장은 삶을 통째로 바꿔놓기는 했다.
반려 동물과 한집에 있는 것을 적응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유기견이라는 특징에 적응을 하고 있다. 처음에 보지 못한 것들 관찰하지 못했던 것들이 반년이 흐른 지금에서 보인다.
그 동안 나 혼자 시행착오와 적응을 한 것이 아니었다. 유기견이었던 솜이도 나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걸 알게 되었다.
표현
처음 솜이를 만났을 때 솜이는 표현이 없었다. 표정도 없었다. 나중에 반려동물 학습 동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골든리트리버가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솜이는 한동안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고 밥을 줄 때면 꼬리를 흔드는 게 다였다. 점차 변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표현을 넘어서 응석과 생떼를 무척 부린다. 그 큰 몸으로 나에게 뛰어들고 내가 바닥에 앉으면 허벅지 위로 올라와 앉는다. 마치 무릎에 앉혀 달라고 하는 것처럼. 그 무게 때문에 내가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사는구나 실감한다.
솜이는 성인 무게만큼 나가다 보니 내 허리나 다리가 삐끗하고 솜이의 큰 발톱으로 인해 긁히고 파이고 꼬집히는 등 크고 작은 사고로 계속 다친다. 그러나 그만큼 솜이의 표현을 보면 숨겨졌던 골든 리트리버의 성향이 나오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이런 모습이 나오기까지 반년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산책
대형견과 푸른 잔디에서 함께 뛰놀고 강변을 따라 함께 뛰는 장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주변에서 다들 산책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해 주고는 했지만 하나도 와 닿는 것이 없었다. 솜이는 산책을 할 때 모든 것을 무서워했고 모든 것을 피하고 무서움 때문인지 길 한가운데에서 멈춰 있거나 쉬야와 응가도 많이 했다. 지나가는 차나 오토바이의 굉음에 놀라서 갑자기 뛸 때면 제어도 힘들고 주변 시선도 받고. 또한 길 한 복판에서 한 손으로는 리드 줄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설물을 치우느라 주변 시선도 받고. (대형견의 배설물 양은 상상 초월)
지금은 솜이가 인도로 다니는 것이 그나마 익숙해졌다. 밤에 산책을 나갈 때면 여전히 힘들어하는 솜이를 보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시골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다가 도시의 밤거리는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네. 여러 불빛과 높은 건물들과 차들의 불빛 등등이 솜이한테는 괴물처럼 보일지도 몰라'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빨리 적응하라고 오히려 사람도 있고 차들도 다닐 때 자주 산책을 시키곤 했는데 지금은 아주 늦은 밤에 조금 조용해지고 조명도 조금 얌전해질 때 산책을 나가거나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한다. 그러고 보니 가능한 많은 사람과 마주치게 하지 않아야 솜이가 편안하게 산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마개
산책을 다니면서 솜이가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고 욕을 많이 먹는다. 길을 걷다 누군가에게 험한 소리를 듣는 것은 솜이와 함께 다니면서 겪는 새로운 일이다. 살고 있는 단지의 주민 게시판에 어느 날 대형견 입마개 요청 글이 붙여졌다. 배변 처리에 대해서도 붙여 졌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대형견은 나 밖에 없기 때문에 괜시리 다니면서 위축이 되고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배변 처리의 경우 대형 물티슈로 바닥을 아예 깨끗히 닦는 습관을 들였는데도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썩 좋지는 않으면서도 솜이를 보면 안쓰럽기는 여전하다. 솜이가 이런 사실을 알까.
유기견 입양 3주차 훈련: https://bit.ly/3jJ211b
각종 병치레
매월 회계 정산하는 주기가 있는 것처럼 솜이도 자주 어딘가 아프고 그렇다. 여기가 괜찮아지면 저기가 병이 나고 좋아지는 듯 하다가 또 병이 나고.
오기 전부터 안 좋았던 곳들이 계속 튀어 나온다. 그리고 나의 미숙함들로 인해 안 좋아지는 병들도 있다.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정말 반려견 입양 헉은 유기견 입양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듯 하다.
앞으로도 계속 나도 그렇고 솜이도 적응을 해 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
한 번에 마법같이 훈련이 되고 적응이 되면 좋겠지만 솜이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솜이의 트라우마를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천천히 길게 내다 보고 조급해하지 않는 게 솜이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 좋은 반려인, 반려견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밥 잘먹는 솜이: https://bit.ly/3ggV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