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짱구의 비치클럽, La Brisa

파도멍, 서핑멍, 노을맛집에 분위기도 최고였던 날

by 은조미

짱구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라 브리사 (La Brisa)에서의 하루였다. 여기에서 낮부터 밤까지 내내 앉아서 책 읽고, 글 쓰고, 바다를 쳐다보면서 한량스러움을 마음껏 만끽했다. 바다를 닮아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즐긴 날이었다.


짱구에는 한국과는 달리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적다. 비치클럽에 와야지만 그것도 돈을 좀 더 내고 좋은 자리에 앉아야만 바다를 즐기며 무언가를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게 그들의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나도 기꺼이 돈을 내고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리며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낮에도, 석양에도, 밤에도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자유로움이 가득했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많은 서퍼들이 바다로 향했고, 수평선과 하늘을 가르는 파도를 멋지게 타올랐다. 수많은 파도가 치는데 어떻게 오를 파도와 오르지 않을 파도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끊임없는 파도들에 다가가 오르고 그 흐름을 가득 끌어안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서퍼들을 보면서 마음의 한 자락을 다잡았다.



책도 읽고 글도 쓰겠다는 다부진 마음과는 달리 풍경에 자주 시선을 빼앗겼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생각이 깊어질 때면 바다로 눈을 돌려 파도를 쳐다보았다. 하늘도 바다도 맑아서 경계를 짓기 어려울 때면 파도가 밀려와 그 둘의 경계를 만들어주었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파도는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이 모든 것을 안고 살아가는 바다는 정말 깊고 넓은 존재구나, 바다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지곤 했다.


해가 반짝이던 바다에서 석양이 지는 바다까지. 해를 삼킨 바다가 보랏빛으로 스며들며 어둠이 되는 순간까지. 서두름이 없는 자연스러운 그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마음껏 기뻐하고 감탄했던 날이었다.



시간을 이렇게 그냥 있는 그대로 보냈던 적이 있었던가. 늘 무언가를 하기에 바빴고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요즘이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선물 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내가 동동거리며 바지런히 모아 둔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 바다를 마음껏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시간의 선물이라면 평소의 동동거림이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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