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 어린이 집의 일일 모니터링 교사로 어린이 집의 사생활을 구석구석 함께하게 되었어요. 내부 곳곳을 둘러보는데 그 어느 집안 살림보다도 훌륭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감독 담당자님과 감탄하며,
“집에서 육아와 살림은 이렇게 하는 거라는 것을 알아가라고 저를 오늘 여기 부르셨나 봐요.”’라고 했더니 원장님께서 “저도 일이니까 이렇게 하지 집에선 남편이 일만큼만 하라고 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일할 때의 저와 같은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회사 일은 그렇게 수십 개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일정 관리도 하고 매일 열정을 다하면서 왜 내 인생은 방치하고 있었는지, 늘 일로서 자존감을 채우며 ‘일이 곧 나’라고 살았던 제가 뒤늦게 깨닫게 된 건 그동안 단 한 번도 제 삶에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어요. 이 사실을 인지한 후 제 인생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일을 해왔던 방법론을 제 삶에 적용하며 살아갔어요.
< 가장 사랑하는 것을 위한 내 삶의 1순위는 무엇인가요? >
첫째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팀의 리더로서, 서비스를 이끄는 엄마로서, 그리고 둘째를 임신한 임산부로서 많은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그 하나 하나를 창과 방패처럼 쳐내기를 반복하며 살았어요. 그리고 그때가 사실 제 삶에 터닝 포인트였어요. 당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지금 1순위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였어요..
제 마음을 혼란하게 했던 여러 일들의 우선 순위를 매일 매겨봤어요. 늘 1순위는 가족이었지만 현실적 문제로 2순위의 일을 1순위로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저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3년전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리더가 되면서 많은 유관부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둘째 임신한 후에도 매 30분 ~ 1시간 단위의 회의에 참석하며 거의 생존처럼 회의록을 썼고 종료와 동시에 바로 회의 참여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의 눈높이와 이해도가 달라 서비스를 진행하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나 왜 이렇게 애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팀의 동료들도 직원보다 회사 사정을 더 많이 알고 있을 뱃속에 아이라면서 제 건강을 염려하기도 했고요. 혼자 일 땐 이렇게 해도 문제없었는데, ‘배속의 우리 아이는 참 힘들었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많은 회의감이 찾아왔어요.
그렇게 전 막달 전까지 근무를 하고 출산을 위해 육아 휴직을 했고 그때부터 회의록을 기계처럼 작성하던 그 기술을 제 삶에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직업이자 일로서 잘해 왔던 일, ‘기획과 마케팅’, 협업과 시각화의 끝판왕인 '서비스 기획의 프로세스'를 내 인생에 적용해서 인생작을 만들어보자. 나를 브랜딩 해보자.라는 다짐으로 제 삶을 회의록 쓰듯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제 인생 자체를 대하는 마인드 셋이 바뀌며 내면의 성장과 더불어 투자, 그리고 사명을 따르는 사업이라는 외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내 인생에 진심이었나?
내 삶이 하나의 프로젝트라면?
가벼운 발상에서 시작한 일이 지금은 평생의 천직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 나쓰기 연습 과제 >
#1_1. 내 삶의 터닝포인트
인생을 살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고 스스로 느낀 터닝포인트는 무엇인가요?
< 돌아보면 늘 잠시 쉼이 도약 지점이었다. >
첫 번째 육아 휴직으로 독박 육아와 집안일만 하니 일의 부재를 느끼며 공허함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덕분에 제게 '일이 자존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두 번째 육아휴직.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욕심과 다짐만 가득하고 그 어떤 것도 실행하지 못하는 어느 날, 이제야 돌아본 저의 집과 방. 우리 가족과의 공간에서 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어요.
고작 우리 집 하나, 내 아이 한 명도 제대로 케어 못하는 주제에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그동안 제 자신과 가족, 일상조차 돌보지 못했단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엉망으로 쌓여있는 둘째 육아용품들, 냉동실에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는 인스턴트식품들. 냉장실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을 보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 집이 이렇게 엉망인 게 곧 제 삶이었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참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몇 년 전 감명 깊게 본 집. 공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에서 "집은 삶의 보석 상자여야 한다."
는 제 인생 모토가 떠올랐어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땐 아늑하고 편안하게 나를 감싸주는 공간 집. 그동안 일과 일상에 치여 제 공간과 삶조차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6년 전 신혼 초 대만 스펀 여행에서 풍등에 소망을 적어 날렸는데 그때도 공간에 대한 소망을 적었습니다. "대박 나서 집 지어서 편히 살게 해 줄게" 그리고 일상과 육아에 지쳐 잠시 잊었던 소망과 꿈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소망하던 꿈도 잊을 정도로 살아내느라 바빴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복덩이 둘째가 와주어 다행히 출산 전에 여유가 생겨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생겼어요. 두 번째 휴직 후, 제 삶을 둘러쌓고 있던 많은 문제들을 직면한 후 뒤늦게 깨닫게 된 사실은 1순위인 가족보다도 더 중요했던 건 삶의 0순위를 나 자신으로 두어야 했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관점의 변화 덕분에 저는 작고 소소하지만 요즘 정말 꿈꾸던 삶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