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호기롭게 신청했고 약 23일간 하루 18~25km씩 걸으며 거의 미치도록 힘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제겐 두 번의 미쳐있던 시기가 더 있었어요. 바로 일에 미쳐있던 시기입니다.
직장 생활 4년 차, 식품 BM에서 화장품 BM으로 자리를 옮긴 후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6시간씩 약 3년을 일했던 것 같아요.
당시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의 법칙을 모두 채운 듯했어요. 어느 날 같이 일하던 동료가
"대리님. 마라토너세요?
두 개의 심장을 갖고 계신 줄 알았어요."
처음 1 ~ 2년은 제가 하는 대로 바로바로 성과가 나오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1년에 프랑스와 아시아로 해외 출장도 3~4번씩 다녀올 정도로 바빴고 일당백을 자처하며 열일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재밌었어요.
그런 생활이 3년쯤 지속되었을 때 식사도 김밥으로 때우곤 했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대상포진이 왔고, 이후 그렇게 재밌고 즐거웠던 일이 너무 싫어졌어요. 끊어내야 했어요.
홈쇼핑 완판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새벽. 끼니도 못 챙기고 삼각 김밥을 먹으며 매출을 확인하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뭐하러 이걸 하나...' 회의감이 가득했던 밤입니다. 그리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퇴사 후 바로 떠난 전북 부안 내소사 템플 스테이 > 신안 > 전주 여행 등을 거치며 인생을 돌아보았어요.
시간이 흘러 상대적으론 큰 기업. 중견 기업을 오래 다니며 많은 실행과 꾸준함. 그리고 덕분에 내공을 쌓을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안정적인 회사와 직업이 곧 행복이라 믿었어요.
이후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두 번째 일에 미치게 된 시기를 맞이합니다.
첫 번째 일에 미쳐있던 시기에는 일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었던 황금기를 막상 스스로는 제대로 즐기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매 순간을 즐기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생기면서 조금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워라밸. 일과 일상의 완급 조절이나 스트레스 관리가 조금은 수월해졌더라고요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서 드류 앤드류 님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열정을 갖는 건 누구나 쉽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매일 그 인내심과 싸움을 하는 것이지, 열정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루틴. 지루한 일상과 싸워요. 스타트업에서는 매일의 변화. 드라마틱한 일상과 싸워요.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중간이 없어요. 두 번째 기회에선 정말 제대로 즐기고 싶었어요.
출산 휴가로 휴직계를 내는 날의 기록이에요.
'시원 섭섭 홀가분'이란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날이에요 스타트업에 입사 후, 약 1년 반이 지났지만 '이제 좀 다닐만하네?'라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오늘은 왜 이렇게 정신없고 힘들었지? 불과 지난달에도 너무 바쁘고 죽을 것 같았는데, 그게 벌써 한 달 전이네. 이러한 날들의 반복이었어요.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이직 후 1년 반이면 새 회사에 적응해서 일상을 지루해하거나 매너리즘에 한 번쯤 빠질 법한 시기였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하루에도 두세 번씩 변경되는 의사 결정과 그로 인해 번복과 반복되는 업무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들로 늘 소모적인 일상이 계속되었어요. 저의 영혼까지 갈아 넣었던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턴 소모된 제 자신을 새로운 영감을 받아 성장으로 채우려 해요.
이렇게 한 때는 일에 미쳐서 때론 거리를 두며 살아왔어요.
1만 시간의 법칙을 다 했는데 저는 아직도 부자가 되지 않았어요.
이게 공황장애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약간의 심리 불안을 경험하고, 스트레스와 대상 포진 등
건강만 잃었을 뿐이에요.
이렇듯 근로 소득만으로는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더라고요.
약 2년 전부터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독서를 하거나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는 일이 많았어요. 어느 새벽에 보았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 로버트 기요사키 작가의 유튜브 콘텐츠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대학 시절 회계 원리를 공부하며 자산/부채의 기본적인 구조는 알고 있었지만
집을 한 채 소유한 순간부터 그 집은 대출 빚인 부채와 취득, 보유, 양도세 등 다양한 비용으로 돈의 흐름이 빠져나간다는 것.
신혼 초부터 계속 전세 살다 드디어 내 집 마련을 해서 뿌듯해했었는데 이 유튜브를 보고 충격에 빠졌어요. 그리고 노동 소득이 죽어도 자산의 증가 속도를 이길 수 없다는 내용도 함께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 새벽에 본 유튜브 내용을 남편에게 얘기해주던 중 첫째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울상이 되어 묻더라고요.
"엄마~ 왜 엄마 아빠가 나 잘 때 괴물 다 물리쳐준다고 하면서 왜 아까 그건 이길 수 없는 거야? 그렇게 무서운 거야? 으앙~"
하하.
아이의 질문에 정말 한참을 웃었어요.
맞아요. 노동 소득이 그렇게 무서운 거더라고요.
일에 미쳐 열심히 일할수록 제가 하는 만큼의 반의 반도 안되게 아주 조금씩 증가하는 노동 소득으로 인해 그것들이 주는 안정감과 작은 성취감에 중독되어 단 한 번도 벗어날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어요.
삶의 보람, 천직을 찾는다면서 그럼에도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동 소득만으로는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노동 소득으로는 절대 자산의 증가 속도를 이길 수 없어요. 단순히 물가상승률만 반영한다고 해도 자산의 5% 증가와 노동소득의 5% 증가분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이 커요. 과연 월급 5% 증가분이 집값 5% 증가를 이길 수 있을까요?
노동 소득에서 자본 소득으로 중심을 옮겨라.
투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올해 초 닥치는 대로 경제 서적을 읽던 시절 강환국 작가의 '거인의 포트폴리오'를 읽으며 크게 공감했던 포인트가 있었어요.
우리는 퇴직 후 모두 전업투자자.
만일 90세까지 산다면 5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약 40년간을 젊을 때 벌어놓은 돈을 까먹거나 굴리며 전업투자자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하고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지금껏 저는 제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서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일 지라도 은퇴 후에 놀고먹을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하는 건 그중 극 소수더라고요. 그들 또한 대부분 은퇴 후 하청 업체로 가거나 임금피크에 걸려 일정 수준의 벌이를 유지하며 은퇴한 다곤 한다고 해요.
그래서 전 올 초부터 시작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주식 하락장을 오랜 기간 견디며 그나마 이렇게 젊을 때 하루라도 빨리 하락장을 경험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오늘도 나는 프리랜서의 연습을 하고 있다.
다독이며 버텼어요.
두 개의 심장
일에 미쳐있던 시기.
두 번째 일에 미친 시기.
대상 포진과 스트레스.
그동안 이렇게 몇 번의 일에 미친 시기가 있었고 사실 요즘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있어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꾸는 도돌이표 인생을 살고 있네요.
투자는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현금 흐름이자 제가 무슨 일을 하던 안전하게 지켜줄 보험이에요.
제가 사랑하는 일이 곧 우리가 함께할 일이 되리라 믿어요. 인생 중반전의 시작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