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딩 노래방 애창곡

by 은나무


내가 출근하는 미용실과 집 중간 사이 거리에 영준이 기숙사 학교가 있다.

집에서 차를 타고 학교까지 30분.

버스를 타면 학교까지 환승포함 2시간이 걸린다.


애매한 교통편 때문에 매주 금요일 기숙사에서 집에

올 때 아이는 2시간씩 버스를 타고 캐리어를 챙겨

집으로 왔다.


내가 가게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 1시간.

8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9시다.


영준이가 기숙사에서 퇴실하고 친구들이랑 저녁이라도 먹고 부랴부랴 집에 오는 버스를 타면 7시.

대략 9시쯤 집에 도착한다.


가게와 집 딱 중간에 학교가 있기 때문에 사실 내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태우고 오면 아이는 캐리어를 들고 힘들게 두 시간 버스 타고 올 일이 없다.


그러나 마주치기 싫고 꼴도 보기 싫어서 기숙사 학교를보냈는데 내가 태우고 올 일은 생각도 안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한 해를 보냈다.


두 달 전 어느 휴무날 아침.

아이는 전날 저녁 기숙사 입소를 하지 못해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했다.


나는 전날까지 애가 그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겠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막상 아침이 되고 캐리어를 챙겨 나가는 아이를 보니 내가 차로 30분만 금방 태워주면 편하게 갈 텐데 저러고 2시간 버스를 갈아타고 갈 애가 너무 안쓰러운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에이 몰라 지가 알아서 가겠지’


‘아 그냥 태워다 주자 집 앞에 학교도 영재는 맨날 태워주면서 뭐 하는 거냐 이은정 어미라는 게 진짜 매정하다 ‘


-영준! 잠깐 기다려 엄마가 태워다 줄게.


-네? 어 엄마가요?


-왜 불편하고 싫으면 그냥 버스 타고 가든가!


-아니에요 30분이면 가는데 엄마차 타고 갈게요.


그날 영준에게 내뱉은 말은 짧고 투박했지만,

우리의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날이었다.


어색한 공기 속에 둘은 침묵으로 10여분을 함께 갔다.

마음속으로 그동안 미안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내가 먼저 다가가 손만 내밀어 주면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 있던 이 아이는 덥석 내 손을 잡는다.


데려다주겠다고 했던 이날 아침

나를 뿌리치지 않았던 거처럼.


-영준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엄마가 이런 말 한두 번 한 것도 아니라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 그리고 엄마한테 서운한

감정 미운감정 상처받았던 마음들이 지금 엄마가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금방 풀리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아.

그래도 엄마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다.

너를 미워했던 것도 너에게 상처 준 것도 전부 미안해.

엄마는 네 엄마로서 계속 네 곁에 있고 싶어.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힘든데 매주 금요일 엄마가 퇴근 후 데리러

올게 기숙사에서 좀만 기다려~ 싫으면 먼저 가도 되고 네가 편한 데로 해도 좋아


-엄마가 데리러 오시면 기다릴게요.

저도 엄마랑 오는 게 편해요 감사합니다.


이날 나는 용기 내어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달 전부터 매주 금요일 함께 집에

오고 있다.


처음엔 서로 각자 노래를 듣거나 몇 마디 주고받고 오다가 점점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오늘12월 23일 화요일.

내일이 크리스마스라 아이는 오늘도 기숙사에서

내 퇴근시간에 맞춰 함께 집으로 왔다.


-지난주 주말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뭐 하고 놀았어?

-겜방 갔다가 노래방 갔어요

-요즘 친구들이랑 노래방 자주 가는 거 같다?

-네 친구들이 노래방을 좋아해요

-넌 요즘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요즘 아이돌 좋아해?

-아니요 요즘애들 아이돌 노래 안 좋아해요

-그럼 노래방에서 무슨 노래 불러?

-음.. 좋니?

-윤종신?? 너네가 윤종신 노래 부른다고??

-네 저희 2000년대부터 2010년도 유행 노래 많이 불러요 쿨의 애상. 가수 거북이도 좋아하고요. 아참 칵테일 사랑도 좋아해요


뭐라고? 칵테일 사랑? 내가 중학교 때 즐겨 부르던

그 노래? 요즘 고등학생이 이 노래를 안다고?


-너네 친구들이 그런 거니 요즘 고등학생들 유행이니~

-요즘 애들이 그런걸껄요? 아이돌 이런 거 안 좋아해요 아이돌은 초등학생 중학생도 거의 10프로?

-아 그렇구나.


아들과 소통을 하도 안 하고 살았더니 요즘 고등학생들이 우리 세대 노래를 즐겨 부르고 좋아하는 줄 정말

몰랐다.


-영준 너 아이콘 좋아했잖아. 엄마랑 콘서트도 갈 만큼 좋아했잖아 아이콘은 이제 안 좋아해?

-초등학생 때였잖아요 이제 관심 없어요


가수 아이콘 이야기를 하며 옆에 앉은 아들을 살짝

쳐다봤다. 아이얼굴에 미소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의 웃음기다.

아이도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편해진 듯하다.


영준이가 한참 남자아이돌 ‘아이콘‘ 그룹에 빠져 있었을 때 나역시 난생처음 아이돌 가수 콘서트를 가봤다.

너무 좋아해서 꼭 가고 싶다는 애절한 부탁에 초5아들과 둘째를 데리고 남자 아이돌 콘서트를 갔었다.


막상 갔더니 아이들 보다 내가 더 신났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아들이랑 콘서트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초등학생들이나 좋아한다며 이제는 가수 윤종신의 ‘좋니 ‘

노래를 제일 즐겨 부른다는 아이가 이제는 정말 다큰애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노래방 애창곡 주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고 엉킨 실타래가 조금

더 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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