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 되었을때다.
어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시어머니와 마트를 갔다.
그날도 어머니는 영준이를 앞세워 함께 앞으로 걸어
나가고 계셨다.
뒤따라 가던 나는 영준이의 반복적인 이상한 행동을
보게 되었다.
‘왜 저러지? 목이 간지럽나?’
자꾸 목을 옆으로 까딱 거리거나 턱을 앞으로 까딱까딱 쉴 새 없이 반복하는 거다.
근래 들어 본 적 없는 행동이었는데 저러는 걸 보니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여보, 영준이 좀 봐봐. 목이 아파서 그런가?
어디 간지러운가? 왜 저러지?
자꾸 목을 까딱까딱 거려.
-어? 그러네? 어디가 불편한가?
우리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어제일이 신경 쓰여 영준이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평소 학교 갔다 학원 다녀와서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다가 저녁먹을쯤 집에 오는 영준이를
나는 어린 둘째를 챙기느라 정신없다는 핑계로 잘 살펴보지 않았다. 그저 밥 잘 챙겨주고 학교 잘 보내고 준비물 잘 확인해 주고 아프면 병원 데려갔다 오면 내 할 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무관심했지만 그렇게 적당히 무관심을 유지하는 게 그때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영준이가 목을 까딱 거린 그날 이후 나는 지독하게
영준이를 괴롭히게 되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송영준! 너 목이 어디 불편하니? 왜 자꾸 목을 그렇게 움직여?
-네? 제가요? 불편한 거 없는데요?
-너 네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는 거야?
-네. 제가 목을 어떻게 하는데요?
-자꾸 목을 까딱까딱하잖아 어디 불편한 거 아냐?
-아닌데… 엄마 그래서 친구들이 저번에 저한테
“너 목 병신이야?”라고 했나 봐요.
-뭐? 어떤 친구가 그래. 너는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어? 근데 엄마가 보기에도 보기 안 좋아. 불편한 게아니면 하지 않도록 노력 해바.
-네
그 뒤로 나는 예민하고 날 선 눈초리로 영준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불안도가 높은 나는 영준이의 행동이
이상한 버릇이 되는 건 아닌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틱장애 같았다.
나는 바로 영준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대부분 틱장애는 유전성을 타고나고 잠재되어 있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이즈음 되면 스트레스나 여러 가지
환경요인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했다.
지금쯤 발현되었으니 청소년기가 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며 걱정하지 말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틱에 대해서 혼내거나 지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병행하면 되니 심할 때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아이가 불안전한 환경 속에서 아이 나름대로 살아내려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새엄마에게 아빠를 빼앗긴 거 같은 마음, 그런 새엄마에게 이쁨 받고 싶은 마음, 동생이 태어나 동생에게
치이고 양보해야 했던 마음, 중간에 또 내쳐져 할머니댁에 가서 6개월을 지내야 했던 시간들……
아이가 겪어야 할 혼란과 상처를 돌아볼 여유도 생각도 못했다. 아니 오히려 하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저 나조차 숨 한번 제대로 쉴 공간이 없다 여겼다.
-영준아 네가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괜찮아.
엄마가 더 잘 챙겨주고 사랑해 줄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엄마 아빠 그리고 영재가 있잖아~
라고 더 많이 안아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해도 늦은 지금….
그때의 무지하고 불안전했던 엄마는 불안에 힘들어
하던 아이를 품어줄 수 없었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 속에 틱장애가 심해지면 뚜렛증후군이라는 무서운 증상을 보게 되니 영준이의 틱 증상이 거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병원에서 지적하지 말고 스트레스 주지 말고 편안하게 대해 주라는 처방과 반대로 나는 날마다 수시로 아이에게 지적했다.
-영준! 너 또 그런다. 너 지금 목 엄청 흔들었어.
자기가 스스로 목 흔드는 걸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엄마는 이해가 안 가 네가 평소에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란 말이야!
없던 틱도 생기게 만들 잔소리와 온갖 스트레스를 영준에게 폭탄 쏟아붓듯 쏘아대고 있었다.
어느 날 영준이의 숙제를 돌봐주던 내 눈에 손톱이
거의 뜯겨 없어진 아이의 손을 봤다.
-영준아 손톱이 왜 이래?
-입으로 뜯었어요.
-왜?
-저도 모르겠어요.
-아니 너는 왜 이렇게 몹쓸 짓만 하고 다니니
손톱을 뜯으면 거기에 세균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한 번만 더 손톱 뜯는 거 보면 엄마한테 혼날 줄 알아!
-네
손톱 뜯는 버릇은 성인이 돼도 쉽게 고칠 수 없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다.
그저 애가 별짓을 다해서 속을 썩인다고만 생각했다.
불안해서 생긴 버릇인 줄도 모르고…..
남편은 내게 본인도 어릴 적 틱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눈을 깜박이는 틱이 있었다고 했다.
회사에서 가끔 여직원들이 윙크하는 줄 오해도 한 적이 있을 만큼 한쪽눈을 수시로 깜박이는 틱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했다.
잔소리에 내가 지쳐서 그만두기 전까지 말이다.
아닌가… 아이에게 이제 관심조차 없어지고 나서부터였던 거 같기도 하다.
어느덧 둘째가 9살되었을때.
영재가 코를 자꾸 킁킁 거린다.
나는 또 똑같이 묻는다.
-영재! 왜 자꾸 코를 킁킁 거려? 코가 불편해?
-아니요.
-자꾸 킁킁대지 마 버릇돼.
그러자 문뜩 생각이 났다.
아차. 영재도 틱이 온 건가? 영재는 왜?
하… 미치겠다. 나 모른 척하기 힘든데…..
그래도 영준이때 학습했으니 노력해 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영재가 눈을 깜박이거나 목을 까딱이거나 여러 가지 틱증상이 나올 때마다 나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똑같이 나타났다.
영준이가 중학생이 되고 틱을 하지 않는데도 영재는
혹시 모르잖아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잦아들지 않았다.
‘심해지면 어쩌지 뚜렛증후군 무섭던데’
괜히 남편에게 탓을 돌려본다.
-당신은 왜 이상한 버릇을 애들한테 물려줬어!
영준이는 그때 힘들어서 그렇다고 해.
영재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또 뭐가 있어서 저러는 거야. 속상해 죽겠네 정말.
-영준이때는 그렇게 애를 잡더니 영재는 니 새끼라고 뭐라고 못하겠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니 새끼 내 새끼 하지 말라고
했지! 그땐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몇 번을 말해!
그리고 내 새끼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벌써 당신이랑
이혼했어!!!! 나니까 당신이랑 영준이 데리고 산거
아직도 모르겠어?
결국엔 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싸움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래도 그때보다 많은 진전은 있다.
내가 뭐를 어찌할 수 없다는 거.
영준이가 많이 힘들었겠다는 거.
이제라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는 거.
나만 힘들다 울고불고 발악하던 내가 이제 조금씩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거.
그리고 틱은 가만두어야 한다는 것.
영준이도 없어졌으니 영재도 없어지겠지…
영준아! 상처 많은 미숙한 엄마 만나서 너 역시 상처로 물든 어린 시절을 겪느라 고생 많았어 미안해.
얼마 전에도 말했듯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너의
상처들이 아물거라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엄마는 달라지고 변해가는 모습으로 네 곁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어.
엄마도 불안한 어린 시절이 있었어.
그럼에도 너를 충분히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게 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어. 그 길을 함께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