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시작

새 식구를 맞이하는 기쁨

by 은나무


수연은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진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 바람이 더 커져갔다.

그와 나만의 아이를 품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현수는 귀여웠지만 그 아이는 어디까지나 진우의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수연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과 진우의 사랑을 담은 또 하나의 생명을 품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연은 예전부터 생리가 불규칙했고 병원에서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우와 상의 끝에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1년 가까이 다녔다.

주사와 약, 배란일을 맞추는 반복된 생활.

그렇게 노력했지만 소식은 없었다.


결국 수연과 진우는 난임 전문 병원을 찾았다.

거기서 또 다른 진단을 받았다. 자궁선근증.

의사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이 병은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는 병이에요.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순간 수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를 갖고 싶어요. 방법을 찾아주세요.”

수연의 간절함에 의사는 한숨을 쉬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인공수정을 세 번 시도해 봅시다. 그 이상은… 몸이 힘들 겁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그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복수가 차고 몸이 붓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치료와 회복을 위해 다시 1년을 쉬어야 했다.


두 번째 시도.

마음속에서는 ‘이번에는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또다시 실패였다.

주사 바늘 자국으로 멍든 팔과 배. 각종 검사와 시술.

매번 초음파 앞에서 확인하는 텅 빈 화면.

그 과정이 수연을 지치게 만들었다.


마지막 세 번째 도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기적처럼 수정에 성공했다.

진우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초음파 속 작은 점을 바라보던 순간 수연은 그 모든 고통이 보상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의사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자궁선근증은 아이가 자랄수록 공간이 좁아져서…

간혹 30주 무렵에 자궁파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


임신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고통이 찾아왔다.

입덧보다 더 힘든 전신 소양증이었다.

임신 4주가 되자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증상이 심하니 피부과 약을 처방받아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고통은 임신을 하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밤이면 온몸이 불에 덴 듯 가렵고 긁을수록 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다.

그렇게 잠 한 번 편히 자지 못한 채 하루에도 몇 번씩 울기도 하며 짜증과 민감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10개월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현수가 8살을 앞둔 그해 겨울.

수연은 건강하게 진우와의 첫아이를 품에 안았다.

작고 따뜻한 생명이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동안의 주사, 눈물, 부작용,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진우·수연·현수,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

그들은 이제 네 식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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