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로 낳은 아이
수연은 형편상 산후조리원 2주 동안만 몸조리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까지 산후 도우미를 쓸 여유는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리원에서의 2주 생활은 말 그대로 ‘숨 고르기’였다. 신생아의 작고 여린 숨결과 가끔 들려오는 옹알이 소리를 들으며 수연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그 평화는 조리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깨졌다.
집으로 돌아오자 모든 게 달라졌다.
현수는 초등학교 1학년에 막 입학을 앞둔 시기였고 새 학기 준비와 갓난쟁이 돌봄이 동시에 몰려왔다.
갓난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며 한 손으로는 현수의 교과서와 필통을 챙기고 또 다른 손으로는 밥을 지었다.
도와줄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친정엄마는 형편상 오래 머물 수 없었고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현수가 걱정되어 둘째를 반대하셨다.
“내가 현수를 다시 키울 수는 없잖니”라며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불편함이 섞인 그 말에 수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렇게 수연은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새벽 수유를 마치고 잠깐 눈을 붙이려 하면 현수의 아침 등교 준비 시간이 다가왔다. 학교에 보낸 뒤엔 밀린 집안일이 기다렸고 막 청소를 마치면 다시 아기가 울었다.
밥 한 끼를 편히 먹는 일은 사치였고 머리를 감는 시간조차 눈치를 보며 쪼개 써야 했다.
그래도 수연은 이 정도 힘듦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힘들었던 시간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생이었다.
현수는 처음엔 동생이 신기한 듯 곁에 다가왔다.
작은 손으로 아기의 손가락을 만지며
“정말 작다…” 하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눈빛 속엔 다른 감정이 스며들었다. 아기가 울면 엄마의 시선이 늘 그쪽으로 향했고 엄마 품은 이제 예전처럼 넉넉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현수가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힘없이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나 있잖아… 그냥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 말에 수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현수에게는 그 나름의 상실감이 있었을 테니까.
그날 밤.
수연은 잠든 현수 옆에 누워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현수야, 너는 엄마한테 언제나 첫 번째고, 아주 소중한 엄마 아들이야.”
그 말에 현수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지만 수연은 알았다.
그 작은 어깨가 조금은 풀어진 걸.
밤이면 아기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걸었다.
불 꺼진 집 안 조용히 들려오는 냉장고의 진동음
창밖의 가로등 불빛…
그 모든 풍경 속에서 수연은 자신이 더 이상 ‘나’가 아니라 ‘가족의 중심’이 되어 있음을 절감했다.
힘들었지만 그 무게는 이상하게도 놓고 싶지 않은 무게였다.
그 시절.
수연의 하루는 희생과 사랑 그리고 고단함으로 꽉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고, 그 일은 당연히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