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천천히 엄마도 함께 자란다.
한밤중.
거실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 스탠드 하나뿐이었다.
수연은 반쯤 감긴 눈으로 소파에 앉아 아기를 안고 있었다.
작고 연약한 숨결이 그녀의 품에서 느릿하게 오르내렸지만
그 속도와 반대로 수연의 심장은 쉴 틈 없이 뛰고 있었다.
지난 2주간 조리원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후
단 한 번도 온전한 밤을 자본 적이 없었다.
수유, 트림, 기저귀, 다시 수유…
시계는 이미 새벽 두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은방 문틈이 살짝 열리며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현수였다. 잠결에 나온 듯 부스스한 머리와 눈
그 눈동자엔 졸음이 남아 있었다.
“엄마… 나 물…”
수연은 아기를 한쪽 팔에 안은 채 다른 손으로 현수의 컵에 물을 따라주었다. 현수는 물을 받으며 아기를 흘끗 바라봤다.
그 시선엔 호기심보다는 묘한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엄마 나도 안아줘.”
그 말에 수연은 잠시 멈칫했다.
아기를 눕히고 현수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기가 막 잠든 터라 작은 움직임에도 깨울 수 있었다.
“현수야, 아기가 깨면… 그때 엄마가 안아줄게.
지금은 아기가 방금 잠들어서 깰 수도 있어…”
현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평소보다 작아 보였다.
낮, 학교.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현수는
예전보다 더 말수가 줄었다.
예전 같으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숨 가쁘게 이야기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그냥…” 하고 대답을 끝내는 날이 많았다.
담임선생님이 가끔 전화를 걸어왔다.
“현수가 수업 중에 멍하니 창밖만 볼 때가 있어요.
혹시 집에서 무슨 변화가 있었나요?”
수연은 웃으며 “현수 동생이 태어났어요”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묵직한 돌 하나가 가슴에 얹힌 기분이었다.
저녁, 집.
저녁 식사 시간 수연은 아기를 안은 채 밥을 먹었다.
젓가락을 드는 손목이 무거웠다.
현수는 밥그릇을 툭 밀어놓았다.
“나 이거 안 먹어.”
“왜? 안 먹어? 맛없어?”
“몰라. 그냥 먹기 싫어…”
그리고 아기를 보며
“얘는 왜 맨날 엄마만 안아?
나는 이제 필요 없지?”
그 말은 날카롭게 꽂혔다.
수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수의 눈을 바라봤다.
“아니야, 현수야. 엄마는 현수도 사랑해 엄마한테 이제 현수 없으면 안 돼. 아기는 아직 너무 어려서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엄마가 돌봐주고 있는 거야. 현수도 아기였을 때 그렇게 컸어."
하지만 그 말이 닿기 전에 현수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밤 수연은 아기를 재우고
조용히 현수 옆에 누워 현수의 등을 감쌌다.
“현수야, 엄마가 너 정말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 대답엔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이 있었다.
수연은 그 매듭을 풀기 위해
다음 날부터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현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주말엔 남편 진우에게 둘째를 맡기고 현수와의 시간을 종종 갖으며 현수의 마음을 채워주려 노력해 갔다.
남편에겐 둘째였지만 수연이에겐 힘들게 찾아온 첫 아이였기에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며 사랑 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야 겨우 엄마라 불러주는 첫째의 마음을 잃는
건 더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