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배운 초보운전

by 은나무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보 엄마.

게다가 옆자리에는 카시트 반란군, 울다 지쳐 내 손을 꼭 붙잡은 아들이 앉아 있었다.

그 시절 내 운전은 교통법규 책이 아니라, 아들의 손에 의해 좌우되었다.




“엄마, 손!”

출발하려고 운전대를 잡으면 아들이 손을 내밀었다.

한 손은 핸들, 한 손은 아들손.

양손 다 써야 하는 운전인데, 나는 늘 한쪽 팔을 묶인 채로 도로 위에 나섰다.


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였지만, 사실상 ‘초보 + 아기 보조석 탑승’이라는 안내판을 붙였어야 했다.

깜빡이를 켜면 손도 깜빡, 브레이크를 밟으면 손도 덜컥.

운전이 아니라 거의 서커스에 가까웠다.




가끔은 내가 웃기기도 했다.

“야, 나 이렇게 운전하다가 면허 취소되는 거 아냐?”

그럼 아들은 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환하게 웃거나 “엄마 최고!” 하며 손을 꼭 쥐었다.

그 작은 손이 주는 따뜻함 덕분에, 나는 또다시 아슬아슬한 운전대를 잡았다.




사실 그때의 나는 겁이 많았다.

도로 위 모든 차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초보운전 표지를 붙여놨는데도 빵빵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철렁했다.

그런데 옆에서 아들이 손을 꼭 잡아주면,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됐다.


“엄마, 나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

아직 말을 서툴게 하던 아들이 그렇게 말했던 날도 있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게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건지, 참 우스웠다.




그러나 매일의 드라이브가 감동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옆에 탄 아들을 신경 쓰다 고속도로를 잘못 나가 길을 잃었다. 세종시 친구네 놀러 갔다 안양으로 와야 하는데 공주까지 가고 나서야 고속도로에서 나왔다.

그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왔고 초보운전인 나는 울면서 운전했다. 우리가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을지 너무 무서웠다.

얼마 후 아들은 옆에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히 잠들었다.

그 틈에 온신경을 모아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운전은 늘 위험과 코미디 사이를 달렸다.

나는 매일 땀을 흘렸고, 아들은 매일 웃음을 흘렸다.

그 위험천만한 초보운전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이 손을 잡았고 더 자주 눈을 마주쳤다.


지금은 혼자 뒷자리에 잘 앉아 있는 아이.

게임에 빠져 엄마 손을 잘 찾지 않는 아이.

하지만 신호등 앞에 멈출 때면 문득 생각난다.

빨간불이 켜지면 내 손을 찾아 꼬옥 잡아주던, 그 작은 손의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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