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무렵, 나는 육아와 살림에 지쳐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며 기어이 무모한 결심을 했다.
“그래, 둘이서 제주도나 다녀오자.”
누가 들어도 “그게 가능해?” 하고 말릴만한 계획이었다.
나는 초보운전, 아들은 걸음마와 울음의 경계에 있던 나이.
짐 두 개와 아기띠, 그리고 힙시트 하나를 챙겨서 3박 4일 제주도로 떠났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시선이 꽂혔다.
“아기랑 둘이 왔어요?”
짐을 한 손에 들고, 아기를 매단 채 티켓을 내미는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모험가였다.
나는 대충 웃으며 “네, 뭐…” 하고 넘겼지만, 속으로는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렸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아들은 귀가 먹먹한지 울음을 터뜨렸다.
사방에서 시선이 꽂혔다.
나는 간식을 꺼내고, 장난감을 흔들고, 결국은 주머니에서 비장의 무기 ‘스마트폰 동요 영상’을 틀었다.
아이가 조용해지자, 내 심장도 조용해졌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렌터카를 몰고 도로 위에 섰을 때, 땀이 줄줄 흘렀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였지만, 낯선 도로는 무섭기만 했다.
그런데 조수석 카시트 속에서 아들은 신났다.
“엄마! 엄마!”
아직 발음도 어눌한데, 파도 소리에 맞춰 까르르 웃었다.
그 순간, ‘와, 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여행 내내 나는 아기를 힙시트에 매단 채 걸었다.
한여름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었지만, 아들의 땀 냄새와 체온이 이상하게 힘이 됐다.
돌아보면 관광지보다, 나와 아들의 사진보다, 그 무게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난다.
제주 오름을 오를 땐 정말 무모했다.
다른 관광객들은 “저 엄마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는 허벅지가 후들거렸지만, 아들은 내 목에 매달려 “더! 더!”를 외쳤다.
마치 내가 롤러코스터라도 태워주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식당에서도 사건은 이어졌다.
나는 밥을 허겁지겁 먹고, 아들은 내 반찬을 탐냈다.
옆 테이블에서 “아유, 잘 먹네” 하는 말이 들리면, 뿌듯함에 피로가 풀렸다.
반면, 아들이 밥그릇을 엎는 순간에는 멘탈이 무너졌다.
“이게 힐링이 맞나?”
그러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3박 4일 일정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전쟁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아이와 단둘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여행.
길을 잃어도 둘이라 웃을 수 있었고, 힘들어도 둘이라 버틸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들은 내 품에 안겨 곤히 잤다.
나는 창밖으로 제주 바다를 보며 생각했다.
“아마 이 여행은 내가 다시는 못 할 무모한 도전일 거야. 하지만 평생 기억할 최고의 힐링.”
그 뒤로 우리는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다.
하지만 18개월, 땀과 눈물과 웃음이 뒤섞였던 그 첫 제주 여행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