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들과 단둘이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나의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인생 최고의 힐링’으로 남았다.
그때부터 우리 모자의 여행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아직도 “엄마랑 여행 가면 제일 좋아!”라고 말한다.
정작 3살, 5살, 7살 때 다녀온 여행의 디테일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 어디 갔는지 기억나?” 하고 물으면, 아들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몰라. 근데 재밌었어!”라고 대답한다.
세세한 장소는 다 잊었어도, 행복했던 감정은 아들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여행이란 건 사진 속 풍경보다, 함께 웃었던 그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깨달았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봄에는 벚꽃 따라 남도로, 여름엔 바다로, 가을엔 단풍 따라 강원도로, 겨울엔 눈 보러 설악산으로.
나는 늘 운전대를 잡았고, 아들은 조수석에서 까르르 웃었다.
가끔은 간식 봉지를 흩뿌려 차 안이 초토화되기도 했고, 때로는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 조금만 더 가자” 하기도 했다.
초보운전이던 나는 이제 숙련자가 되었고,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은 두려움보다 설렘이 많아졌다.
길이 막혀도, 숙소가 기대와 달라도, 아이와 함께라면 그마저도 에피소드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 겨울, 눈 덮인 산골 민박집이었다.
난방이 약해 덜덜 떨던 밤, 아들이 내 팔을 베고 말했다.
“엄마, 그래도 우리 같이 있으니까 따뜻하다.”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이 났다.
그때의 나는 돈도, 체력도, 여유도 부족했지만, 그래도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배웠다.
여행에서 아들은 점점 더 자랐다.
처음엔 힙시트에 매달린 아기였고, 곧 내 손을 꼭 잡고 걷는 꼬마가 되었다.
초등학생이 되자 짐을 들어주겠다고 캐리어를 끌었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들기도 했다.
“엄마, 이번엔 내가 운전해 줄게.”
아직 면허도 없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좋지, 그날이 오면 엄마는 옆자리에서 네 손 꼭 잡아줄 거야.”
여행이 우리 모자에게 남긴 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힘들 때 꺼내보면 다시 웃을 수 있는 ‘비밀 상자’ 같은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우리만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이다.
지금도 아들은 말한다.
“엄마, 다음 방학에도 또 가자!”
나는 잠시 지갑 사정을 떠올리며 현실과 씨름하지만, 결국 대답은 같다.
“그래, 가자. 우리 둘만의 여행은 계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