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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Dec 03. 2024

그래 너 잘났다!

##8. 그래 너 잘났다!



잘생겼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본인 스스로 충분히 자아도취에 빠져 자신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는데

내가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더 재미있는 사건은,

우리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어딜 가나 듣는 소리가 있었다. 특히나 남편은 이모님들이 좋아하는 인상이었나 보다. 음식점 같은 곳엘 가면 어김없이 듣는 인사가 있었다.


“아이고 남자친구가 미남이네~ 잘생겼어 아가씨 신경 좀 쓰이겠네~ 회사에서 여직원들한테 인기 많겠다~”


‘아 뭐야 이 아줌마~ 그럼 나는 못생겼다는 거야?‘


아니 둘 다 이쁘고 잘생겼네 해주면 되지 꼭 다들 남자친구 때문에 신경 쓰이겠단다.


남자친구가 참 잘생겼다고 한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이상하네? 어디가 그리 잘생겨 보인다는 거지?


내가 고백했을 때는 듣기 좋으라고 한 거지.. 그래 깔끔하고 인상은 좋아 인정해

그런데 가는데 마다 내가 신경 쓰면서 맘조릴 정도로 이 남자 미남이었어??


아냐 다들 여자들이라 남자만 눈에 들어오나 봐 나는 안 보이는 게 분명해. 그런 거야.


또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육아 박람회에 구경을 간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육아용품도 알아보고 특히 태아보험에 관심이 생겨 박람회를 찾았다.


좋은 상품이 있으면 간 김에 가입까지 하고 오려던 참이었다. 젤먼저 눈에 띄는 보험사에 찾아갔다.

한참 두리번거리며 설레는 맘으로 상담 차례를 기다렸다.


마침 우리 차례가 왔고 상담사는 우리를 상담 테이블로안내했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머~ 아버님이 참 미남이시네요~ 어머니 연애하실 때 속 좀 많이 끓이셨겠다~ 아버님 따라다니는 여자들 많았겠어요! 그렇죠~"


'아니 머야 대뜸 고객을 맞이하는 첫인사가 뭐 이렇게 무례해?

지금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맞지? 나는 상당히 불쾌한데? 여기 이 여자 말을 더 들을 필요도 없다'


남편은 우쭐대면서 사람 좋은 표정으로 겸손을 떨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남편을 째려봤다.

그리고 남편 옆구리를 찌르며 일어나라고 사인을 줬다.


설명을 더 들어볼 필요도 없다.

나는 아무리 좋아도 여기서 가입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 센스가 너무 없다. 내가 남편보다 못생긴 대우를 받아서가 절대로 아니라고 하고 싶다. 절대로 아니고 싶다....


단지 영업 사원 센스가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그런 센스로 설계해 주는 보험에 관심이 뚝 떨어졌다.


어리둥절하는 남편을 끌어 잡고 그 기분 나쁜 보험부스를 나왔고 그 근처엔 다신 안 갔다.

나는 그날일 때문에 지금도 그 회사 이름의 보험은 아예 거들 떠 보지도 않는 사건이 되었다.


내 눈에는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저 깔끔한 인상에 평범한 게 좋았는데  왜들 같이 다니면 이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아니 그냥 남자 친구가 잘생겼네요~ 미남이라 좋겠다~정도만 해도 내가 기분 좋고 뿌듯했을 텐데

왜 꼭 뒤에 신경 쓰이겠다느니 속 끓였겠다느니 이런 말을 붙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아닌데… 내가 볼 땐 아닌데... 하하하

(이쯤에서 다들 우리 남편 얼굴이 정말 궁금하실 거 같아요. 남편은 피부가 맑고 깨끗했어요. 그리고 인상이 웃는 얼굴이었고 선하게 생겼어요. 맑고 깨끗한 느낌에 키는 남자 평균키(옛날 남자키) 지금도 40대 중반치고는 젊어 보이긴 해요. 그러고 보니 이 정도면 미남 맞네 하하하)


그러는 통에 우리 남편은 아직도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때 네가 고백했잖아 나 잘생겨서 좋아했다고

같이 다닐 때 자랑스럽다고 했잖아 사람들이 부러워할 거라고 그걸 다른 사람들이 증명해 줬잖아!

기억 안 나? 가는 곳마다 남자친구 잘생겼다고 한 거!! “


하... 이은정 다른 좋은 말도 많았잖아 왜 하필 외모를 칭찬하면서 고백했어?


내가 뱉은 말이 있어서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남편의 높아가는 콧대를 내가 부축인 꼴이 됐다.


그렇지만 외모 때문이 아니라 나는 남편을 정말 잘 만난 건 분명하다.

그때 먼저 고백해서 내 남자로 만든 일은 정말 잘한 일이다.

남편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게 남편은 내가 빠지기에 충분히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한참 연애를 시작한 어느 날 남편은 내게 커플티를 장만했다며 신이 나서 전화를 걸어왔다.


커플티를 입고 여행을 가자며 가평에 펜션을 예약해 뒀다고 했다.

나는 커플티도 처음인 데다 남자가 주는 커플티 선물도처음이라 정말 설레고 기대됐다.


남편이 커플티를 들고 집으로 놀러 왔다. 밖에서 만나면 둘이 입어 볼 수 없어서 집에서 만났다.

나는 커플티를 본 순간 좋아해야 할지 실망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많은 생각에 잠겼다.


커플티는 바로바로 샛노란색에 가운데 갈색 곰돌이가 그려져 있었다.


내가 상상한 커플티는 이런 게 아닌데.... 분명 아닌데..... 이건 아동용 옷 아닌가?

노란색 바탕에 곰돌이 티셔츠 라니 이걸 둘이 마춰입고 여행을 가자고?


내생에 첫 커플티는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샛노란색 바탕에 곰돌이 인형이 그려진 참으로 유아스러움 장착한 옷이었다. 우리는 그 귀여운 옷을 입고 아장아장 가평으로 첫 커플 여행을 떠났다.


드디어 가평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었다.

어머나! 이 남자 드디어 뭔가 대단히 이번여행에 준비를 하고 왔다.


투명기타 대신에 진짜 기타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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